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에 시황이 표시되는 모습. /뉴스1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글로벌 경제를 집어삼킨 가운데 ‘비트코인은 헤지(위험 회피) 자산’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가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날 비트코인 역시 하루 동안 7% 넘게 가격이 떨어지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은 미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한다는 인식이 있으나 실제로는 미 증시가 크게 휘청일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 역시 무너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나스닥종합지수는 1만6200.08에 마감돼 전날 대비 3.43% 하락했다. 같은 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2.6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00% 떨어졌다. 이날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미 증시와 아시아 증시를 잠식한 공포 심리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상자산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5일 하루 동안 7.11% 하락했다. 전날엔 비트코인 가격이 한 때 12% 가까이 떨어지며 5만달러선이 잠시 붕괴됐다.

과거에는 비트코인이 미 증시와 디커플링하는 헤지 수단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미 증시가 부진할 때 비트코인 가격은 오른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 증시와 비트코인 시세 사이 뚜렷한 디커플링 현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나스닥 지수가 하락한 거래일은 총 107일인데 이중 비트코인 가격 역시 떨어진 날은 64일이다. 미 증시 하락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 날은 43일이다. 오히려 미 증시가 침체할 때 비트코인 가격도 떨어지는 사례가 더 많이 발견됐다.

그래픽=정서희

특히 최근 사례처럼 미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 비트코인 가격도 큰 타격을 입는다. 올해 나스닥 지수가 가장 크게 내린 7월 24일, 비트코인 가격은 0.85% 떨어졌다. 하락률의 절댓값은 크지 않지만 7월 중순 이후 비트코인 상승장이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열흘가량 이어진 상승세마저 일시적으로 꺾인 셈이다. 이외에 미 뉴욕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2022년 3월 12일,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동안 39.93%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비트코인 역사상 가장 큰 낙폭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하락장 때는 비트코인 역시 ‘패닉셀’(공포심에 따른 투매) 현상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여전히 비트코인을 고위험 고수익 투자 수단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글로벌 투자 시장이 위태로워지면 가상자산 시장부터 불안 심리가 불어난다. 이에 투자자들은 더 큰 손실을 방지하고자 비트코인을 처분하며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2020년 3월과 이번 ‘블랙 먼데이’의 유사점은 불확실성”이라며 “경기 침체 우려와 지정항적 위기 등 예측이 어려운 여러 요소가 중첩되면서 시장이 불확실하다는 공포가 크다”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 내에선 올해 남은 하반기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우상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치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여부 등에 가상자산 시장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