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사업자 신고에 실패한 페이코인이 국내 거래소에 다시 상장됐다. 역설적이게도 국내 서비스를 포기한 게 도움이 됐다.
페이코인 외에도 국내 사업을 포기하거나 해외로 나가는 국산 프로젝트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높아지는 규제 장벽에 19일 이용자보호법까지 시행된터라 국내시장 공략 보단 우회전략을 택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1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퇴출된 페이코인이 국내 원화 거래소 코빗·코인원·빗썸에 재상장을 완료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신고 불수리를 받은지 1년 만이다.
페이코인은 핀테크 기업 다날 자회사 페이프로토콜이 운영하는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페이코인의 결제 서비스에 은행 실명계좌 확보가 필요하다며 VASP 변경신고를 요구했으나, 이를 실패하자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 결정에 따라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페이코인이 다시 상장된 것은 국내 서비스를 접고 해외 시장으로 사업모델을 바꾸며 기존 상장폐지 사유였던 ‘사업적 변동성’이 해소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페이코인은 지난해 국내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결제 서비스를 전부 중단했다. 대신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결제 네트워크를 활용, 실물결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처럼 국내 서비스를 접는 국산 프로젝트가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앞서 게임사 위메이드 계열사 위믹스 재단 역시 지난달 한국 IP 접속을 차단하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신 하반기 한국을 제외한 해외 국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위믹스 페이’서비스를 내놓는다 밝혔다.
기존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이 결국 국내 서비스를 포기하게 된 건 규제가 있지만, 이를 맞추는 것이 무의미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신고를 하거나 사업을 재정비하려 해도, 사실상 당국이 받아들일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페이코인과 위믹스에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센스를 획득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인피닛블록’을 마지막으로 금융위는 1년간 신규 사업자에 대한 VASP를 내주지 않았다.
오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고민이 생긴 프로젝트는 더욱 많아졌다. 금융당국이 NFT(대체불가능토큰)의 거래와 중개를 하는 서비스까지 가상자산사업자의 업무 범위로 포괄하곘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원더걸스 출신 가수 선미의 IP(지식재산권) 기반 NFT(대체불가능토큰) 프로젝트 ‘선미야클럽’은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지난 16일 가상자산 보상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선미야클럽은 공지사항을 통해 “금융위원회의 NFT 판단 가이드라인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NFT 스테이킹을 통한 리워딩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발표된 금융위의 ‘NFT의 가상자산 판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확정적 금전 보상을 제공하는 NFT는 가상자산에 해당돼 이용자보호법이 적용되게 된다. 선미야클럽 역시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되게 되나, 규제에 맞춰 서비스를 정비하는 대신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을 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전날 금융위는 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닌 미확인 사업자를 통한 거래, 개인간 거래(P2P) 등 장외거래는 적정한 시장감시가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IT조선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