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지방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올해 들어 더욱 급격히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1.6%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 연체율 평균치(0.31%)의 5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북·광주·부산·경남·대구은행 등 5대 지방은행의 올해 1분기 기준 대출 연체율은 0.45~1.56%로 전년 동기 대비 0.1~0.37%포인트 올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25~0.43%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전북은행의 연체율이 1.56%로 지난해 1분기(1.19%) 대비 0.37%포인트 올라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지방은행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부산은행은 연체율이 지난해 1분기 0.33%에서 올해 1분기 0.62%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광주은행도 같은 기간 연체율이 0.46%에서 0.67%로 높아졌다. 경남은행과 대구은행의 연체율은 각각 0.12%포인트, 0.1%포인트 오른 0.45%, 0.64%로 집계됐다.
은행들이 수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지우거나(상각)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헐값으로 넘기고(매각) 있음에도 연체율은 치솟고 있다. 5대 지방은행이 올해 들어 3월까지 상·매각한 부실채권은 3763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2335억원) 대비 61.2% 증가했다.
지방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은 지역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제때 이자를 못 내는 지역 거점 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도 영향을 미쳤다. 지방은행은 부동산 대출 비중이 시중은행에 비해 높다. JB금융 계열사인 전북·광주은행의 경우 부동산·임대·건설업 대출 비중이 기업 대출의 약 50%를 차지한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 건설업체의 폐업과 부도가 증가하고 있어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건전성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해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는 돈) 적립을 늘릴 예정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