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실적과 자산 건전성을 모두 개선하는 데 성공하며 최근 3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높은 등급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의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 외벽에 현대카드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 개시 관련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뉴스1

현대카드가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잇따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카드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대카드는 실적 개선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높은 자산 건전성을 확보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애플페이를 도입한 후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였고, 최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자금 조달도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기아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도 현대카드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현대카드, 글로벌 3대 신평사 등급 확보

현대카드는 지난달 29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Baa1, 등급전망 Stable(안정적)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Baa1은 투자 적격 평가에 해당되며, 모회사인 현대차가 받은 A3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이에 따라 현대카드는 세계 3대 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의 신용등급을 모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초에는 피치가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BBB Positive(긍정적)에서 BBB+ Stable(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이보다 앞선 1월에는 S&P가 신용등급 전망을 BBB Stable(안정적)에서 BBB Positive(긍정적)로 높였다.

일본의 신용평가사인 JCR(Japan Credit Rating Agency)은 지난해 12월 현대카드에 현대차와 같은 A+ Positive 등급을 매기기도 했다. 보통 자회사는 모기업보다 한 등급 낮은 신용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현대카드는 현대차와 동일한 신용등급을 획득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달에는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가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AA+ Stable(안정적)로 높였다. 현대카드가 이 회사로부터 AA+ 등급을 받은 것은 5년 만이다.

계열 캐피탈사인 현대커머셜도 지난해 10월 피치로부터 신용등급을 획득했다. 현대커머셜이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은 것은 피치가 처음이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무디스의 신용등급도 새로 획득했다. 지난달에는 피치가 첫 번째 신용등급을 부여한 후 약 5개월 만에 등급을 BBB Positive(긍정적)에서 BBB+ Stable(안정적)로 높이기도 했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평가사들은 현대커머셜의 등급을 현대카드보다 한 단계 낮게 부여해 왔다”면서 “피치, 무디스가 현대카드와 동일한 등급을 매겼다는 것은 현대커머셜의 건전성과 신뢰도를 해외 시장에서 더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어려울수록 내실 다져야”…정태영 의지 ‘결실’

최근 국내 카드업계는 고금리와 물가 상승, 경기 침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비 감소로 매출과 영업 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금리가 뛰면서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실적과 자산 건전성이 오히려 개선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매출액도 3조2248억원으로 6.9%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0.89%에서 0.63%로 0.26%포인트 낮아졌다. 현대커머셜 역시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여파로 캐피탈업계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업계 최저 수준 연체율인 0.7%를 기록했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부회장은 지난해 애플페이 도입 등 국내 사업 확장을 주도하면서도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는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애플페이를 도입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승부수를 던졌다. 실제로 애플페이를 통해 현대카드는 국내 이용자 수와 결제액 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시장에서는 현대카드가 실적과 재무 건전성을 모두 개선하는 데는 최고경영자(CEO)인 정태영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애플페이 도입 등을 진두지휘하면서도 경영진 회의에서 “영업력을 확대하기 위해 내실 다지기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줄곧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이 재무 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회사는 ‘컨틴전시 프레임워크’와 ‘싱크 프레임(Sync Frame)’ 등 빠른 의사 결정과 즉각적인 조치를 가능케 하는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 해외로 눈 돌리는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최근 데이터 사이언스 사업을 해외로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비자(VISA)와 데이터 설루션을 해외에 출시하는 내용의 ‘글로벌 데이터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ICP(In-Car Payment Service∙차량 내 결제 서비스)에 데이터 사이언스를 접목한 ‘카인포테인먼트(차량 내 정보 제공과 엔터테인먼트 기능)’ 서비스를 미국과 유럽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잇따라 높은 평가를 받아, 해외 시장 개척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자금 시장에서 가장 높은 신뢰도를 가진 3대 신용평가사들로부터 획득한 신용등급은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국제 신용평가사와 투자자들은 모회사인 현대차·기아와 밀접하게 연계된 사업 구조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외화 채권 발행 등 해외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더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조달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