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금융 당국과 채권은행이 올해 진행하는 신용위험평가에 건설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 채무와 분양률, 운전자금 안정성 등을 반영해 구조조정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신용위험평가는 채권은행이 부채비율 등에 따라 기업을 A(정상)~D(구조조정 대상) 등 4개 등급으로 분류하는 제도다. C~D등급을 받으면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받게 된다. 채권은행은 매년 1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금융기관들은 여신 회수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최근 PF 우발채무나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가 많아 구조조정 대상이 될 기업이 다수 나올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과 채권은행들은 올해 신용위험평가에서 건설사의 PF 대출 위험성과 유동성 문제 등을 평가해 반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PF 대출 규모와 우발채무 위험, 공사계약잔액배율, 평균분양률, 현금성자산비율, 운전자금고정화율 등을 평가해서 등급을 정한다. 운전자금고정화율은 기업이 운전자금을 중장기 차입금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PF 대출 우발채무가 많거나 현금상자산이 적고 단기차입금 위주로 운전자금을 운용하는 건설사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기업신용위험평가는 ▲산업위험 ▲영업위험 ▲ 경영위험 ▲재무위험 ▲현금흐름 등 5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건설사도 같은 항목으로 신용위험평가를 받았고, PF 대출이나 분양률, 운전자금 안전성 등의 평가 항목은 없었다. 올해 PF발 건설사 줄도산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사업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금융 당국과 채권은행이 평가 항목을 개선한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기업신용위험평가는 매해 4~5월 중 실시해 연말 결과를 발표한다. 금융권과 업계에서는 올해 평가에서 C~D 등급을 받아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건설사들이 대거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동산PF 대출에 대한 사업장별 내역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말 금융기관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132조9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고위험은 5조9000억원, 중위험은 20조7000억원에 달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유효신용등급을 보유한 15개 건설사의 PF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8조원에 달했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16조1000억원이었으나 3년 새 11조9000억원 급증했다. PF 사업장 부실 등으로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경우 건설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 같은 기간 상장 66개 건설사 중 유동성우려기업 비중은 16.7%로 2022년(11.6%)보다 상승했고, 과다부채기업 비중 역시 28.8%로 2022년(28.4%) 대비 올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에 대해 PF 리스크와 자금 사정을 면밀히 점검하는 등 건설업종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