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1조원 규모의 부실채권(NPL) 매각에 나선다. 코로나19 시기 기업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금융 지원에 앞장섰던 국책은행은 금융지원이 종료된 이후 억눌렸던 기업 부실이 터지자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28일까지 부실채권 매각주관사를 모집하고 5108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부실채권은 특별자산과 일반자산, 온렌딩자산으로 구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지난해 연간 부실채권 정리 규모를 넘어서는 수치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2950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한 바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해도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산업은행은 한 해 6000억원가량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반기에만 5000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매각하며 연간으로 따지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매각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에만 54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에 나선다. 기업은행은 다음 달 1일까지 2분기 2500억원 부실채권 매각을 위한 회계법인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2분기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회계법인 선정 이후 변경될 예정이다. 지난 1분기에는 29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을 추진했다.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부실채권 규모 또한 전년 동기(2733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기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실채권 매각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8897억원으로, 연간 기준 1조원을 넘겼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부실채권 매각에 적극적인 데는 기업대출의 연체 증가로 부실채권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은행의 건전성까지 위협하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은 정책금융이라는 특성상 위기 상황에서 민간 금융보다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만기연장·상환유예 등의 정책금융지원을 강화하다 보니 국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다른 은행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부실채권 규모는 각각 1조5000억원, 3조2000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두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4조7000억원)가 시중은행 전체의 부실채권 규모(3조7000억원)보다 1조원이 더 많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만기연장 등으로 기업대출의 연체율이 낮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대출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과 비교해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대단히 큰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이번 부실채권 매각으로 자산건전성과 자본비율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그대로 들고 있어 부실채권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자산 건전성과 유동성, 대외 신용도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이러한 지표들을 개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