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고양이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8세 고양이를 키우는 조모(35)씨는 매월 5만원씩 내며 3년간 유지했던 펫(반려동물)보험 계약을 해지했다. 고양이가 자궁축농증으로 수술을 받아 수술비·입원비 등으로 약 500만원을 지출했는데, 받은 보험금은 1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낸 보험료만큼 돌려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차라리 저금을 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이 넘어서며 관련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펫보험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는 비싼데 보장 범위는 좁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왜 이러한 지적이 나오는지 펫보험의 특징을 살펴봤다.

◇ 건강검진 보장 안 되고 나이 많으면 가입 못해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펫보험을 취급하는 국내 보험사 10곳의 펫보험 신계약 건수는 지난해 5만8456건으로 전년(3만5140건)과 비교해 66.4%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반려동물 개체 수 대비 보험 가입률은 1.4%에 불과하다. 영국(25.0%), 일본(12.5%) 등 해외에 비하면 크게 낮다.

펫보험은 사람으로 따지면 실손보험과 동일하다. 반려동물이 질병·상해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발생하는 진료비·수술비·입원비의 일부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슬개골 탈구, 피부병, 위·장염 등 상대적으로 사소한 질병을 보장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문제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은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용·성형 목적의 시술이나 중성화 수술, 임신·출산 과정에서의 의료비, 이발·목욕 비용도 보장되지 않는다. 모두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고객들은 건강검진·예방접종 등 기초의료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펫보험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특히 펫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반려동물 나이가 만 10세 이하라는 점도 고객의 불만 중 하나다. 큰 병에 걸리기 시작하는 10세 이후부터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지만 펫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김모(28)씨는 “동물병원에 가는 이유가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인데, 보장이 안 된다면 가입할 이유도 없다”라며 “반려동물 수명도 15~20세까지 늘어나고 있어 (가입연령이) 합리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KB금융그룹이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2년 동안 반려동물 치료비를 지출한 반려가구 중 가장 많은 51.9%가 펫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정기검진이나 장비를 사용한 검진’에 치료비를 지출했다고 응답했다. 농촌진흥청이 2018년 발표한 ‘반려견 내원 이유 분석’을 봐도 ‘예방의학’ 분야가 11.5%로 1위를 차지했다.

◇ 실손보험보다 비싼 펫보험

펫보험에 가입해 1년에 받을 수 있는 보험금 한도는 상품에 따라 통원·입원을 합산해 적게는 850만원, 많게는 2000만원이다. 다만 보장비율이 50~80%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의료비로 100만원을 부담했어도 보장비율이 50%라면, 한도와 관계없이 50만원의 보험금만 받을 수 있다. 1년에 50만원씩 40번을 보장받아야 한도(2000만원)에 이르는 것이라 한도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상품은 아닌 것이다.

보험료도 만만치 않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펫보험료는 적게는 월 4만~5만원, 많게는 8만~9만원이다. 2020년 40세 남성 기준 3세대 월평균 실손보험료 1만2184원보다 4배 비싸다. 보험료는 강아지·고양이의 품종과 나이, 병력 여부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의 나이가 많고 수술이나 질병 이력이 있으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보험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펫보험과 관련한 통계가 쌓이지 않아 손해율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보니 보험료를 비싸게 책정하는 등 보수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