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생명보험사들이 파격적인 제3보험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저출산 등으로 생명보험 수요가 줄어들자 손해보험업계가 장악하던 건강·암·어린이보험 등 제3보험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주요 먹거리였던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서 제3보험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건강보험인 ‘다(多)모은 건강보험 필요한 보장만 쏙쏙 S1′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상품 중에선 가장 많은 144개의 특약을 제공하며 제3보험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지난달 삼성생명이 출시한 ‘생애보장보험’도 이목을 끌고 있다. 명목상으론 종신보험으로 분류되지만, 암·치매·간병 보장을 탑재하며 제3보험과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고객은 암에 걸릴 경우 낸 보험료의 50~100%를 돌려받지만, 사망보장은 그대로 유지된다.
신한라이프생명은 ‘신한 통합건강보장보험 원(ONE)’에서 무면책·무진단이라는 파격을 선보였다. 통상 고객은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면책 기간(60~180일) 내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반면 이 상품은 면책 기간이 없어 보험 가입 후 하루만 지나도 질병 진단비를 7000만~2억원 받을 수 있다.
흥국생명은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80세 이후에도 암을 보장하는 ‘흥국생명 다(多)사랑암보험’을 출시했다. 80세 이전에 암에 걸리면 가입금액의 20%만 지급되지만, 80세 이후에는 100% 지급된다. 대신 다른 암보험보다 보험료가 저렴하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암 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싼 보험료로 최대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한화생명이 새해 선보인 ‘The H 건강보험’은 출시 한 달 동안 3만7000건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인기를 끌었다. 동양생명과 AIA생명 등 중소형 생명보험사들도 잇따라 제3보험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생명보험사들이 제3보험 상품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됐다. 신창재 교보생명 의장은 지난달 2일 신년사를 통해 “전통적인 종신보험에 대한 고객 니즈는 줄어드는 반면 생존 시 다양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건강·상해보험 등 제3보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도 지난 20일 열린 경영실적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건강보험 판매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생명보험업계에서 제3보험 시장이 핵심으로 부상한 이유는 기존 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새롭게 보험에 가입할 수요는 점점 줄어드는 데다 1인 가구 증가로 종신보험에 대한 필요성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새 회계기준(IFRS17) 적용으로 제3보험 등 보장성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회계상 실적에 더 유리하다는 점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더구나 주력 상품이던 단기납 종신보험이 금융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상황이라 생명보험사들은 제3보험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트렌드에 따라 많이 판매됐다”면서도 “판매 경쟁이 벌어질 당시에도 생명보험사들이 핵심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은 건강보험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