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과 적립금이 1년 새 크게 개선됐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 중 확정기여(DC)형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14%를 넘어섰고, 퇴직연금 적립금도 20조원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장금리가 오르자 은행권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말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평균 수익률은 확정급여(DB)형 4.44%, DC형 3.91%, 개인형 IRP 3.62%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의 원리금 비보장 평균 수익률은 DB형 8.77%, DC형 14.14%, 개인 IRP 13.05%로 집계됐다. 해당 수익률은 최근 1년간 은행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을 의미한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하나은행 원리금 비보장 DC형으로 수익률이 16.15%였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원리금 보장 수익률은 DB형의 경우 ▲신한 4.52% ▲하나 4.48% ▲우리 4.46% ▲국민 4.31% 순이었다. DC형의 경우 ▲하나 4.08% ▲국민 3.92% ▲신한 3.90% ▲우리 3.75% 순이었다. 개인형 IRP는 ▲신한 3.68% ▲하나 3.66% ▲국민 3.62% ▲우리 3.55% 순이었다.
원리금 비보장 수익률은 DB형의 경우 ▲국민 10.49% ▲신한 8.87% ▲우리 8.73% ▲하나 6.99% 순이었다. DC형의 경우 ▲하나 16.15% ▲국민 13.71% ▲신한 13.48% ▲우리 13.25% 순이었다. 개인형 IRP의 경우 ▲하나 13.93% ▲국민 13.32% ▲신한 12.56% ▲우리 12.40% 순이었다.
퇴직연금은 DB형, DC형, 개인형 IRP로 구분된다. DB형은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되며 기업이 적립금을 관리하는 상품이다. DC형은 기업 부담금이 확정돼 있어 매년 연금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입금해 줘 근로자가 직접 운용한다. 개인형 IRP는 근로자가 직접 계좌를 개설한 후 적립금을 납부하고 운용한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된 데는 지난해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장금리와 채권금리가 오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퇴직연금은 국채, 펀드 등 시장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만큼 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은 퇴직연금을 은행의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고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은 주식, 펀드, 채권 등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지만 운용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도 1년 새 20조 넘게 불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치를 보였다.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합계는 134조58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14조2118억원) 대비 20조3780억원 불어난 수치다. 지난해 적립금 규모는 신한은행이 40조401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 36조8265억원 ▲하나 33억6987억원 ▲우리 23조6630억원 순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2022년 주가가 크게 무너진 이후 지난해 주가가 빠진 상태에서 퇴직연금 운용이 이뤄지면서 수익률이 크게 개선된 부분이 있다”며 “아울러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의무적으로 도입되면서 은행, 증권사, 보험사 간 퇴직연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권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적립금 규모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