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빗팩토리 제공

인슈어테크사 해빗팩토리가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운영하고 있는 법인보험대리점(GA) 조직을 앞세워 디지털손보사들이 쉽사리 진입하기 어려웠던 장기보장성 인보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빗팩토리는 최근 주주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손보사 설립과 관련한 의견·정보 교환을 마친 뒤 설립 절차를 밟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해빗팩토리는 이미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위한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빗팩토리는 디지털손보사를 설립한 후 보험업의 핵심인 장기인보험 상품을 자체 개발해 판매할 방침이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을 겨냥한 상품을 주로 판매할 계획이다. 장기인보험이란 계약 기간 1년 이상의 상품으로 건강보험과 암보험, 치아보험 등 주로 건강과 관련된 보험을 의미한다.

보험업계에서는 해빗팩토리가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디지털손보사는 전체 보험계약·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디지털 채널을 통해 모집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인보험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장기인보험 상품은 계약 기간이 길고 상품도 복잡해 주로 설계사의 대면 상담을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출범한 디지털손보사인 신한EZ손해보험의 경우 올 상반기 232억원의 수입보험료를 기록했지만, 이 중 장기보험 규모는 4800만원에 불과했다. 다른 디지털손보사인 하나손해보험은 같은 기간 2961억원의 수입보험료 가운데 장기보험은 33.5%(994억원) 수준이었다. 캐롯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장기보험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해빗팩토리는 이미 GA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디지털보험사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캐롯·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설계사 상담 없이 자사 앱·홈페이지에서 다이렉트로 보험을 판매해 왔지만, 해빗팩토리는 설계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디지털 채널로 상담을 한 뒤 최종 계약은 대면으로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영업해 왔다. 디지털손보사를 설립해도 최종 계약체결 과정만 비대면으로 바뀌는 것이라 기존 영업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해빗팩토리의 주장이다.

해빗팩토리는 지금껏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판매했던 상품 중 90% 이상이 장기인보험이 차지하고 있어 디지털보험사로 전환해도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해빗팩토리의 지난해 매출 수수료는 전년 대비 469% 증가한 100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빗팩토리가 장기인보험 시장 공략에 나서려는 것은 보험계약마진(CSM)을 높여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캐롯손해보험은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에 집중해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을 통해 20~30대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계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디지털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출범 10년이 넘었지만,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해빗팩토리 관계자는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고 고객들이 원하는 건 장기인보험”이라며 “젊은 세대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지만, 지금껏 20~30대에게 주로 보험을 판매해 왔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