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마지막으로 연 3%대 금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취급하던 경남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연 3% 주담대’가 사실상 사라졌다. 일부 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이 연 3% 후반대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다자녀, 중소기업 장기근무 등 까다로운 조건을 채워야 하는 특수 상품이다. 최근 50년 주담대 중단과 은행권 금리 인상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최근 연 3.96%에서 연 4.0%로 0.04%포인트 인상했다. 경남은행은 최근까지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연 3% 후반대 주담대를 취급했었다.
이 대출 상품의 만기는 최장 40년까지 가능하다. 급여 이체, 적금 10만원 납입, 월 평균잔액 50만원 이상, 자동이체 4건 이상, 신용카드 월 100만원 이상 사용 등 우대금리 조건도 다른 은행과 비슷하다. 경남은행은 최근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이 주담대를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지 못하게 된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남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은행권에선 연 3% 금리의 주담대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 1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1~6.06%다. 금리 하단이 연 3%대 후반이지만, 이는 특별한 조건이 붙는 상품들이다. 은행별로 ▲중소기업 20년 이상 장기근속 ▲자녀 3명 이상 양육 ▲60세 이상의 부모 봉양 등의 조건으로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이런 특수 상품을 제외하면 현재 연 3%대 금리 주담대를 취급하는 은행은 없다.
그동안 연 3%대 금리를 제공하며 공격적인 주담대 영업에 나섰던 인터넷전문은행도 최근 금리 인상에 나섰다. 지난 14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고정 금리 주담대 금리는 연 4.305%~6.803%를 보였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주담대 금리 역시 연 4.26~5.29%를 기록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주담대 금리가 오히려 시중은행을 넘어섰다.
금융 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사실상 금지한 데다 금리까지 오르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내집 마련을 준비 중이던 회사원 A씨(39)는 “정부가 주택대출 규제를 풀어줘 집을 사라는 신호로 읽고 주택 구매를 알아봤는데, 갑자기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며 “대출모집인을 통해 알아보니 대부분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모두 연 4% 중후반 이상으로 올랐다고 하는데,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시중은행도 50년 주담대를 출시하면서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연초 대출 규제를 일부 풀어주는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였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증가나 50년 만기 대출 취급 등은 은행의 느슨한 대출 행태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