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주택보증 사고 발생을 우려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배 이상 증액해 국회에 요청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 복합 위기에 역전세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지며 관련 보증 사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5일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 성과계획서에 따르면 주금공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의 내년 대위변제 예산은 6694억원으로 설정됐다. 올해 예산(3061억원)보다 118.7% 증가한 수치다.

금융위는 대신 변제한 채무를 상환할 것을 청구하는 구상권 관리 예산도 올해 118억원에서 232억원으로 96.8% 늘려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전체 주신보 예산안은 올해 3553억원에서 7347억원으로 106.8% 증가했다.

주금공은 주신보 계정을 통해 개인보증과 사업자보증으로 나눠 주택 관련 보증을 지원한다. 개인보증은 ▲전세자금대출 ▲중도금대출 ▲주택담보대출 ▲월세대출 ▲건축·개량자금대출 ▲임대보증금반환자금대출 등에 대한 보증과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한 전세보증금에 대한 반환보증으로 구성된다. 사업자보증은 ▲주택건설사업자가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대출 ▲PF 방식으로 받는 대출 ▲임대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거나 분양받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대출에 대해 지원한다.

주금공은 주신보를 통해 취급된 대출의 원금 또는 이자가 변제되지 않거나 채권자가 대출의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키는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보증 사고로 처리한다.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주금공은 보증계약에 따라 주신보가 채무자를 대신해 금융기관에 해당 채무를 대신 갚는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 모습. /뉴스1

금융위가 내년 대위변제 예산을 2배 이상 요청한 것은 주택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주택 보증 사고 발생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확산되면서 관련 보증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금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규모는 2022년 61억원(28건)에서 올해 6월 273억원(12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사고 발생 가능성과 함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대위변제 예산이 확대된 이유다. 전세자금 반환보증은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촉발된 주택 매매, 전셋값 급락 및 전세사기 등으로 인해 전세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확산되면서 공급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주금공 등 보증기관이 가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해 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제도다.

주금공 관계자는 “전세반환보증 공급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대위변제 등이 증가할 수 있어 관련 예산을 신청했다”라며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사업자 보증의 부실 확대 가능성도 금융위가 주신보의 대위변제 예산 증액에 영향을 미쳤다. 주신보 계정의 사업자 보증의 경우 최근 자금줄이 막힌 PF 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주신보 사업자 보증의 90% 이상이 자금력이 비교적 약한 중소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행됐다. PF 대출의 비중 역시 전체의 45%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 부동산 경기 하락까지 겹치며 주금공의 보증 사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라며 “사업자 보증 역시 중소 건설사의 PF 대출을 중심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주금공의 대위변제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