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계열사 흥국화재 우선주(흥국화재2우B)가 상장 폐지 기로에 놓이면서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흥국화재는 현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대응책 여부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인데, 결국 내달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최근 흥국화재해상보험의 우선주(신형) ‘흥국화재2우B’의 상장 폐지 우려를 예고했다.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발행 시기에 따라 구분한다. 먼저 발행된 우선주 다음으로 발행한 우선주를 ‘2우B’로 칭한다.
강제 상장 폐지 후보로 지목되자, 흥국화재 우선주(흥국화재2우B) 주가는 하락세다. 지난 6월 1일 1만7370원까지 올랐다가 연일 하락하며 지난 8일 종가 기준 해당 주식의 주당 가격은 1만5000원을 기록했다. 이 주식의 주당 52주 최고가는 2만8000원이다.
흥국화재 우선주의 상장폐지 경고등이 켜진 데는 상장 주식 수가 기준치(20만주)에 미치기 못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65조 및 제155조’에 따라 상장 주식 수가 20만주에 미치지 못하는 종목은 강제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흥국화재 우선주(신형)의 현재 상장주식 수는 15만3600주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우선주 관련 투자자 보호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관리종목 선정 기준을 5만주에서 20만 주로 상향 조정했다.
규정이 강화된 데는 유동주식이 많지 않은 우선주의 특성을 이용해 소수 거래로 주가를 올리려는 투기세력의 놀이터로 지목된 영향이 크다. 실제 2010년 흥국화재2우B를 비롯한 기업들의 우선주가 이상 급등 현상이 나타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우선주가 발행주식 수가 적어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소위 작전 세력 등의 타깃이 돼왔고, 가격 상승을 이끌 만한 합리적 요인 없이 우선주 급등 양상이 감지되면 개미 투자자가 같이 따라 붙는 식의 시장 교란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선주는 일반적으로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 수익이 높은 주식인데, 흥국화재의 우선주의 경우 배당을 실시한 이력도 없었다. 통상 대주주 지분 희석 없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도 활용돼 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흥국화재는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 중 유일하게 상장돼있다. 흥국화재의 최대주주는 흥국생명(40.63%), 태광산업(39.69%)이다. 3대 주주는 머스트자산운용(5.01%)이다. 지난 2018년 머스트자산운용은 흥국화재 주식을 333만여주 사들이면서 3대 주주가 됐는데, 2022년 12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하면서 지분율을 낮췄다.
회사 입장에서 우선주가 상장 폐지 되지 않으려면 이달 내로 유상증자나 액면 분할 등을 통해 주식 수를 늘려야 한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본금을 늘려 새로 주식을 발행해 기존 주주나 새 주주에게 돈을 받고 파는 방식이다. 액면 분할은 시가 총액 변화없이 주식의 액면금액을 일정한 비율로 분할해, 주식 수를 증가시키고 액면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우선주 상장 폐지도 일반적인 상장폐지와 동일하게 진행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들의 주식 상장 폐지는 ‘기업 결함 발생→관리종목지정→상장적격성 실질 검사→기업 이의제기→상장위원회 심의→상장폐지 결정·정리매매’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흥국화재 측이 우선주의 퇴출을 막기 위해 유상증자나 액면분할 등 대응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현 시장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흥국화재2우B의 상장 폐지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면서 “보통주와는 별개 이슈”라고 말했다.
태광그룹은 섬유·석유화학 계열사 태광산업을 두고 있고 금융 계열사로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이 있다. 태광그룹은 지난 2012년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티브로드한빛방송과 티브로드도봉강북방송을 자진 상장폐지한 바 있다.
흥국화재의 1분기 기준 총자산은 11조3638억원으로, 작년 말(13조9661억원) 대비 18.6%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원수보험료는 79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