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청년도약계좌’ 중도 이탈을 막기 위해 매달 내는 금액이 쌓일수록 이에 비례해 한도가 늘어나는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 시행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일정 한도를 정해두고 매년 조건을 갱신하는 기존의 마이너스 통장과는 달리 청년도약계좌 연계 마이너스 통장은 납부금에 따라 매달 한도가 증액되는 식이다.
이번 방안은 청년도약계좌의 중도 해지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청년도약계좌는 만기가 5년으로 설계되면서 청년층의 목돈 마련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도 해지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금융 당국이 중도 해지 방지 대책으로 제시한 청년도약계좌 담보 저금리 대출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마이너스 통장 발급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당국에서도 일부 은행의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전 은행권에 마이너스 통장 발급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청년도약계좌 사전 점검회의에서 하나은행이 청년도약계좌 중도 해지를 방지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씬 파일러’(Thin Filer·금융 이력 부족자)를 대상으로 거래 실적에 따라 소액 대출을 하는 것처럼 청년도약계좌 가입자에게도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날 회의에서 마이너스 통장 발급에 관한 계획을 발표한 곳은 하나은행 한 곳이다.
금융 당국 역시 하나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발급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번에 일정 금액을 빌리는 기존 대출 방식보다는 한도만 정해두면 필요할 때 꺼내 쓰고 돈이 생기면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 방식이 청년층의 편의성을 증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애초 금융위는 청년층이 급전이 필요할 경우 청년도약계좌를 중도 해지하지 않더라도 큰 이자 부담 없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청년도약계좌를 담보로 한 낮은 금리의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청년도약계좌 사전 점검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도 하나은행의 방식을 좋은 사례라고 평가하며 마이너스 통장 발급 방식에 대해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라며 “김 부위원장도 ‘당장의 이익보다는 청년의 미래 장기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라고 귀띔했다.
사전 점검 회의 이후 다른 은행들도 일제히 청년도약계좌 연계 마이너스 통장 발급이 가능한지 살펴보고 있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사전 점검 회의에서 검토 요청이 있었고, 그 전부터도 납부금에 따라 자동으로 한도가 늘어나는 마이너스 통장 발급 검토하고 있었다”라며 “예적금담보부대출을 마이너스 통장 형식으로 해주면 청년도약계좌 유지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전산 구현에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최대한 준비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은행에서는 마이너스 통장까지 발급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B은행 고위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 발급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라며 “다만 은행별로 상품 구조 등이 다른 상황이고 개발하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어서 당장 결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만기 후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어떻게 할지 등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라며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민해 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마이너스 통장 발급이 은행권의 부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연계 마이너스 통장이 오히려 20~30대의 빚을 이중으로 늘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라며 “필요하다면 중도 해지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청년층의 부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