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최근 주식시장에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주 가격이 바닥에 이르러 ‘저가 매수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국내 상장 리츠 23개 중 대부분이 공모가 수준으로 내려와 있다. 일각에선 낙폭이 큰 리츠를 투자 바구니에 담아, 주가 차익과 함께 연 4~7%대 배당 수익을 노려볼만 하다는 시각이 생긴 것이다.

리츠는 쉽게 말해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료나 매각 차익을 얻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올해를 기점으로 주요 리츠들의 주가와 배당 성과가 바닥을 딛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금리와 국내외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단순히 낙폭만 보고 접근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종목별로 가치를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FN리츠가 보유하고 있는 에스원빌딩. /IR큐더스 제공

◇ 보험·증권사, 오피스 리츠 잇따라 상장

20일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2020년 7개였던 상장 리츠는 현재 23개로 늘어났다. 올해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 오피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상장 리츠가 잇따라 상장됐다.

삼성그룹의 첫 공모 상장 리츠인 ‘삼성FN리츠’는 지난 10일 상장했다. 삼성FN리츠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금융네트웍스 4개사 오피스 건물인 서울 중구 에스원빌딩과 서울 강남 대치타워를 기초자산으로 담았다. 내년 삼성생명 서울 잠실빌딩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삼성생명 서초타워, 삼성화재 판교사옥 등을 계속 편입해 대형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한화자산운용은 ‘한화리츠’를 지난달 27일 상장했다. 이 리츠의 최대주주는 한화생명(46%)으로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한화금융 계열사 오피스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리츠 시장 혹한기에 보험사 오피스 리츠가 잇따라 나온 이유는 올해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영향이 크다. 새 회계기준에서는 보유 부동산이 부담 요소가 된다. 보험사의 보유 부동산에 대한 위험계수를 기존보다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로선 리츠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준비금 부담을 줄여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FN리츠와 한화리츠의 단일 공모가는 각 5000원이었다. 각 리츠가 제시한 배당수익률은 한화리츠가 삼성FN리츠보다 높다. 한화리츠는 앞으로 5년간 6.85%를 제시했고, 삼성 FN리츠는 3년간 공모가 대비 5.6% 수준을 제시했다.

대기업과 대형 금융사 오피스 리츠는 공실 걱정이 적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이 건물의 임차인이라, 다른 리츠에 비해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로 상장 1년을 맞은 코람코더원리츠도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한다. 하나증권, 하나은행 등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와 인텔코리아, 한국3M 등 글로벌 대기업을 주요 임차인으로 확보하고 있다. 올해 공모가 기준 목표 배당률은 연 7%대로 높였다.

◇ “낙폭 큰 리츠, 투자 매력 커졌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올해 연금 투자자의 전략 중 하나로 ‘리츠’를 제시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겹치면서 리츠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시장에 커진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도 리츠 시장 분위기를 바꿀 요소로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비용이 커지고 이에 따라 배당매력이 줄기 때문에 리츠 투자 매력도 떨어진다. 2021년까지도 두자릿수 수익률을 낸 리츠마저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자 직격탄을 맞아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배상영 대신증권 수석 연구원은 “1분기 양호한 펀더멘털(기초체력)에도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불안 심리가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리츠 가격 하락이 이어졌다”면서 “경기에 대한 불안은 남아 있으나, 금리 하락세는 리츠에 긍정적인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리츠의 대출 금리 정점도 이미 지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 하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자본화 비율(Cap Rate) 상승 압력도 커진 상황이다”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레버리지 효과가 조금씩 회복되며 리츠 가치도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국내 주요 리츠의 성과만 놓고 보면, 2019년이 황금기였다. 2019년 당시 신한알파리츠의 연간 주가 성과는 35.4%, 배당 성과는 5%로 합산 수익률이 40.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이리츠코크렙리츠는 주가 성과는 40.2%, 배당성과는 7.2%로 합산 성과가 47.4%였다.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도 21%대의 합산성과를 거뒀다.

그래픽=정서희

◇ 종목별 선별 접근·연금으로 굴리는 게 유리

리츠는 단기 매매 차익보다 배당 수익에 목표를 두는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를 것을 기대하고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리츠에 투자하려면 리츠에 대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기초자산, 배당 성향과 구조, 임대료 상승 조건과 금융 조달 비용 등을 종목별로 따져본 뒤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금리 불확실성과 금융시장의 불안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리츠의 경우 해외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데, 글로벌 시장의 오피스 공실 증가 등 불안이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근 미국 뉴욕 오피스 시장의 경우 공급 과잉과 맞물려 재택근무에 따른 오피스 이탈, 기업 구조 조정 등으로 침체 우려가 있다.

리츠는 절세와 노후 준비용으로 활용하는 연금저축, IRP(개인형 퇴직연금), ISA(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 등 연금 계좌를 통해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리츠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70%의 투자 한도가 있다. 연금 저축에선 100%까지 가능하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세법개정안에 따라, 연금저축 납입액은 IRP 등 퇴직연금 포함 시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총급여 5500만원을 넘으면 납입액(900만원 한도)의 13.2%를 세액공제해 준다. 총급여 55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 납입액의 16.5%까지 세액공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