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청담동 모드하우스 사무실에서 백광현 부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이태경 기자
“웹 3.0 시대에서는 콘텐츠 제작자 그리고 이용자가 서로 소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팬덤 문화가 뿌리 깊게 내린 K팝, 즉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웹 3.0을 구현하기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모드하우스는 세계 최초 ‘팬 참여형 아이돌 문화’를 만들고 있다.”
백광현 모드하우스 부대표

백광현 모드하우스 공동 창립자이자 부대표는 다가오는 웹 3.0 시대를 맞이해 블록체인 기술을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접목한다면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모습은 팬이 직접 앨범 제작, 멤버 구성, 앨범 작명 등에 참여하고 함께 아이돌을 육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는 “K팝은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이 넘는 팬덤층이 있다”며 “이런 두터운 팬층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절대 밀리지 않으며 오히려 충성도는 훨씬 높은 편이다”라고 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10일 백 부대표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모드하우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전 세계 최초로 팬 참여형 아이돌 ‘트리플에스(SSS)’를 데뷔시켰다. 트리플에스의 멤버 수는 24명이며 국적도 한국, 일본 등 다양하다. 만약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 카드를 구매하면, 그 뒷면에 있는 QR 코드를 통해 대체불가토큰(NFT)도 얻을 수 있다. 모드하우스는 해당 NFT 가치에 맞는 가상화폐인 ‘코모(COMO)’를 팬들에게 지급해 그 양에 따라 투표권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 중에 있다. 현재 약 4만명에 가까운 팬들이 투표권을 구입한 후, 모드하우스의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코스모(COSMO)’에서 활동 중이다.

팬들은 자신이 보유한 코인을 통해 트리플에스의 앨범명, 타이틀곡, 팬덤명 선정 등에 투표할 수 있다. 팬이 투표를 완료하게 되면 사용한 코인은 소각된다. 또한 트리플에스의 소규모 프로젝트팀을 꾸릴 때도 원하는 멤버에 투표해 자신만의 그룹을 만들 수 있다. 백 부대표는 “모드하우스의 차별점이라면 팬들이 앨범 제작 전반에 참여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돌을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면서 “모드하우스의 모든 원동력은 팬에게서 나온다”라고 강조했다.

걸그룹 트리플에스의 모습. /모드하우스 제공

백 부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임원으로서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뇌 질환을 진단하는 소프트웨어 회사 브레인메딕을 공동 창업하며 사업가의 삶에 발을 디뎠고 네이버 계열사 ‘플레이리스트(playlist)’의 사업 총괄을 맡게 됐다. 그러다가 지난 2021년 JYP, 울림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원더걸스, 미스에이, 2AM, 2PM, 이달의 소녀 등 다양한 아이돌을 제작한 정병기 대표와 함께 모드하우스를 창립했다.

백 부대표는 “모드하우스의 장점이라면 팬들이 직접 자신의 아이돌 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팬들이 앨범 제작 등 산업 전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오직 모드하우스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이다”라고 했다. 다음은 백 부대표와 일문일답.

—모드하우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모드하우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021년 12월 창업했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투자사 해시드 및 네이버, CJ그룹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모드하우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팬들이 직접 아이돌 육성에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팬 참여형 아이돌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팬들이 참여해 아이돌을 제작한다는 의미다. 현재 모드하우스는 트리플에스라는 여성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켰다. 다만 그 산하 3~4명 규모의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할 때, 참여할 멤버를 팬들이 직접 투표해 고를 수 있다. 또한 모드하우스는 앨범의 타이틀 곡은 무엇이 돼야 하는지, 앨범명은 무엇이 좋을지 등 모든 앨범 제작 전반 결정 과정을 팬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런 방식은 모드하우스가 전 세계 최초다.”

10일 오후 서울 모드하우스 사무실에서 백광현 부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사진은 모드하우스의 포토카드 오브젝트(objekt)의 모습. /이태경 기자

—팬들은 어떤 방식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나.

“모드하우스는 트리플에스 멤버의 포토카드인 ‘오브젝트(Objekt)’를 판매 중이다. 만약 팬이 이를 구입한다면 카드 뒷면에 QR 코드를 통해 NFT를 얻을 수 있다. 이를 모드하우스 자체 앱인 코스모에 등록하면 그 카드 가격과 동일한 코인인 ‘코모(COMO)’를 받게 된다. 코모를 통해 팬들은 모드하우스가 진행 중인 투표에 참여할 수 있고, 투표권을 행사하면 코모는 소각된다.”

—투표 결과에 납득하지 못하는 팬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이 중요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투표를 행사한 모든 내용이 기록된다. 또한 해당 내용은 모두가 투명하게 열람할 수 있다. 그렇기에 혹시나 있을 투표 조작 논란을 방지할 수 있다.”

—팬들의 참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세 번의 투표를 진행했는데, 모두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트리플에스의 타이틀곡을 정하는 데엔 5만7300표 정도가 몰렸다. 최근 진행한 팬덤 명칭을 정하는 데엔 9만표 이상이 몰렸다. 트리플에스도 아껴주는 팬들 덕분에 성과가 나쁘지 않다. 10개월 만에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20만명을 넘었다. 앨범 ‘어셈블(Assemble)’의 경우,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수 1600만 정도를 기록 중이다. 또한 트리플에스가 기록한 데뷔 첫 주 앨범 판매량은 전체 K팝 걸그룹 중 7위다.”

10일 오후 서울 모드하우스 사무실에서 백광현 부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이태경기자

—팬층이 국내에만 한정된 것은 아닌가.

“놀랍게도 아니다. 현재까지 모드하우스가 민팅(minting·NFT를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 NFT는 약 36만개다. 그러나 재밌는 점은 이 중 52%가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판매됐다는 것이다. 아시아가 33%로 2위를 기록했고, 유럽에서는 약 13%가 팔렸다. 아시아 지역보다 오히려 북미 지역에서 트리플에스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모드하우스의 강점은 무엇인가.

“투표 참여율과 앨범 판매량이 서로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투표에 참여하는 인원수가 많을수록 앨범 판매량도 늘어난다. 수요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 모드하우스의 가장 큰 강점이다. 또한 앨범 판매 이전에 NFT 등을 통해 미리 앨범 제작에 사용될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예를 들자면 앨범 제작비로 10억원을 책정했는데, 미리 3억~4억원을 NFT 판매 등으로 확보하는 식이다. 따라서 모드하우스는 혹시 있을 수 있는 큰 실패를 막을 수 있다.”

—모드하우스가 꿈꾸는 이상은 무엇인가.

“팬들이 소통을 넘어 함께 아이돌 제작에 참여하는 산업을 만들고 싶다. 모드하우스는 팬들과의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모드하우스는 자체 앱 코스모 등을 통해 지난해 5월부터 600개 이상의 영상을 올렸으며, 매주 2회 라이브 방송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K팝 산업이 성공한 이유에 대해 그 방대한 콘텐츠양과 소통량을 꼽는다. 모드하우스도 이를 알기에 팬들과의 접점을 늘려 모든 의사결정을 팬들에게 위임하고 있다. 지금은 이런 사업 방식을 택한 곳은 모드하우스뿐이나, 팬과 전체 시장을 위해서라도 점차 늘어갔으면 좋겠다.”

—팬에게 할 마지막 말이 있다면.

“사실 모드하우스의 모든 원동력은 팬으로부터 나온다. 늘 아낌없는 관심과 애정을 쏟아 주셔서 감사하다. 모드하우스의 주인은 팬분들이니 자부심을 갖고 더욱 멋진 그룹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아이돌 그룹도 육성할 계획이니 관심을 갖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