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캡처

최근 금융 당국 내부에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배구조, 사업방식, 회계 등 경영 전반이 베일에 가려져 있어 불법자금세탁 등 금융 범죄와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23일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국내에서 거래소 영업을 시작할 경우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기 어렵고, 검증되지 않은 여러 해외 상장 코인들의 유통을 통한 국부 유출 가능성도 있다”며 “바이낸스의 국내 영업을 규제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이달 초 국내 5위 거래소인 고팍스의 지분 40%를 인수하며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고팍스는 바이낸스의 아시아태평양 대표인 레온 풍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주요 경영진을 바이낸스 측 인사로 교체했다.

금융 당국은 바이낸스로 주인이 바뀐 고팍스에 가상자산 사업자(VASP) 인가를 다시 받도록 하거나, 고팍스에 시중은행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고팍스에 실명계좌를 제공 중인 전북은행은 바이낸스의 인수가 공식화된 후에도 계좌를 계속 제공할지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이사(왼쪽)와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이 지난해 11월 26일 디지털금융 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기념 촬영을 갖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0년 바이낸스코리아를 설립했다가 철수한 후 지난해부터 부산시와 긴밀히 협업하는 등 꾸준히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해 왔다. /부산시 제공

바이낸스는 현재 대부분의 회사 정보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창펑이 설립해 서류상 본사가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있다는 것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 기본적인 회사의 지배구조와 재무정보까지 공개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세계 3위 거래소였던 FTX가 파산을 선언했을 당시 여러 국가에서는 바이낸스 역시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FTX도 바이낸스와 마찬가지로 바하마에 소재를 두고 있다는 점 등 외에는 대부분의 경영 정보가 미공개 상태였고, 미국과 유럽 등의 규제 당국에서 제대로 된 관리와 감독도 받지 않았다. 그 결과 FTX는 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를 통해 코인을 이용한 자전거래를 지속해 왔고,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으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했다. FTX가 파산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포함한 대부분의 코인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전 세계적으로 투자자 피해가 속출했다.

바이낸스는 최근 각국의 금융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국(NYDFS)은 지난 13일 바이낸스의 스테이블코인(가치를 달러화에 연동시킨 가상자산)인 ‘바이낸스USD’를 발행하는 팍소스 트러스트에 코인 발행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USD를 증권 성격이 있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이 코인을 발행, 유통하는 것은 미국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로이터는 지난 17일 바이낸스가 불법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미국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 당국이 바이낸스의 진출을 규제하려는데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나온다. 1위 거래소인 두나무의 업비트가 가상자산 시장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낸스와 같은 ‘메기’를 풀어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량 점유율을 보면 업비트가 88%로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2위인 빗썸과 3위 코인원의 거래 규모를 합쳐도 1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소규모 거래소인 고팍스의 코빗은 각각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