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금융 당국이 잇따라 금융사의 과도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 문제를 비판하면서 여러 지방은행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에 비해 높은 예대금리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대부분 1%대 초반이나 1% 미만의 예대금리 차이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주요 지방은행은 2%가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북과 광주의 경우 다른 은행보다 예대금리 차가 눈에 띄게 컸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에도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들의 과점에 따른 폐해가 크다”며 “취약 차주 보호를 위해 은행 예대마진 축소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역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수익을 챙기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에 휩싸인 지방은행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예대금리 차이, 전북은행 7%·광주은행 5%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인터넷은행 제외) 가운데 가계 예대금리 차이가 가장 큰 곳은 6.90%를 기록한 전북은행이었다. 전북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4.32%로 다른 시중은행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무려 11.22%에 달했다.

두 번째로 예대금리 차이가 큰 곳도 전북은행과 같은 JB금융지주 계열의 광주은행이었다. 광주은행의 금리 차는 4.99%였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3.97%로 대부분 4% 이상을 기록한 타 은행보다 낮았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8.96%로 훨씬 높았다.

전북·광주은행과 비교적 차이는 큰 편이었지만, 다른 주요 지방은행 역시 시중은행보다 예대금리 차이가 컸다. BNK부산은행은 2.16%, DGB대구은행은 2.03%를 기록해 전북은행, 광주은행의 뒤를 이었다.

1.13%를 기록한 BNK경남은행과 0.61%의 제주은행 정도만 시중은행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으로 예대금리 차이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은 지방은행에 비해 예대금리 차이가 낮았다. 우리은행(1.3%)과 NH농협은행(1%)만 가계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의 차이가 1% 이상이었고, SC제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모두 1%를 밑돌았다.

인터넷은행을 제외한 은행별 예대 금리 차 현황. /은행연합회

◇ 지방은행 “대출자 신용등급 낮아…상품 특수성 이해해줘야”

시중은행에 비해 예대금리 차이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대해 지방은행은 지역과 상품의 특수성 등이 다른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지방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저소득층과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비중이 커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12월의 경우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3833억원 중 서민금융진흥원 관련 대출이 2528억원(66%), 중저신용자와 외국인 대출이 886억원(23.1%)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출 규모가 89.1%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북 지역의 경우 신용대출 고객의 소득 수준은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금융취약계층과 금융소외자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 시장에서는 지방이 서울·수도권에 비해 금융소외계층의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도 현재 시중은행과 일부 지방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는 지나친 수준으로 벌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 예대금리 차이도 전북은행은 5.71%, 광주은행은 3.88%에 달했다. 반면 5대 시중은행과 SC제일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정책서민금융을 뺄 경우 예대금리 차가 모두 1%를 밑돌았다.

◇ 지방은행도 사상 최대 실적

높은 예대금리 차이에 힘입어 주요 지방은행은 지난해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북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20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늘었고, 광주은행은 33% 증가한 2582억원을 기록했다. 두 은행의 모기업인 JB금융지주는 18.6% 늘어난 60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대구은행 역시 전년 대비 18.9% 증가한 392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도 순이익이 각각 13.2%, 21% 늘었다.

금융 시장 관계자는 “윤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지방은행이 지역적 특수성을 내세워 마냥 버티기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다른 은행에 비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보일 정도로 예대금리 차이가 높은 일부 은행은 금융 당국의 거센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