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높아진 금리 탓에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기 어려운 차주는 최대 3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할 수 있게 된다.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더 낮은 이율의 대출로 갈아타려는 주담대 차주는 현시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신 과거 대출 시점의 DSR이 적용되며 대출 한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부동산 시황 악화에 따라 전세대출 관련 규제도 완화된다. 전세대출보증 대상에 억대 연봉자와 9억원 초과 1주택자도 포함된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한도가 폐지되는 등 임대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의 제한도 사라진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이뤄진 대통령 업무보고에 이같은 대출규제 정상화 내용을 포함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부채를 조금 지더라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경우 (부동산 구입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부채 부담이 큰 경우에는 앞으로 주택 가격이 안정되고, 소득도 올라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주담대 차주에 대해 최대 3년의 원금상환 유예를 지원하는 금융권 프리워크아웃 적용대상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재무적인 곤란을 겪는 6억원 미만 주택보유자만 주담대 상환 유예가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70% 이상인 9억원 미만 주택보유자도 주담대 상환을 미룰 수 있다. DTI는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서 대출한도를 정하는 계산비율이다.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 한도가 결정되는 DSR 규제에 대한 예외도 늘어난다. 주담대 차주가 만기연장이나 대환대출을 실행할 경우 기존 대출시점의 DSR 적용이 허용된다. 그동안 대출을 연장하거나 대환하려는 주담대 차주는 금리상승, DSR 규제 강화 등으로 대출을 받을 당시보다 한도가 줄어들어 곤란을 겪었다. 단, 이번 DSR 적용 예외는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증액은 불가능하다.
주택 실수요자의 주담대 상환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특례보금자리론'도 1년간 출시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의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을 통합한 상품이다.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 요건 없이 5억원까지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금리는 4.15~4.55%다.
금융위는 올해 초 발표했던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다주택자 및 임대·매매사업자에 대한 주담대를 허용하는 작업을 3월 말까지 마무리한다. 다주택자는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비율(LTV) 한도가 30%로 늘어나고, 임대・매매사업자는 규제 지역에선 30%, 비규제 지역에선 60%로 늘어나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1주택자 LTV 추가 확대, 등록임대사업자 LTV 우대 등 대출규제 추가 완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임대보증금 반환 문제가 불거지자 전세대출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임대보증금 반환목적 대출에 대한 각종 제한이 폐지된다. 투기·투과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2억원으로 제한되던 대출한도가 사라진다. 대신 LTV 한도가 적용된다. 규제지역 내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전입 의무와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다른 주택 처분의무도 폐지된다.
기존 전세대출 보증대상에서 제외됐던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초과 1주택자 및 시가 9억원 초과 1주택자에 대해서도 전세대출보증을 제공한다. 다만, 갭투자 확대 등 시장불안 방지를 위해 다주택자 및 투기·투과지역 3억원 초과 아파트 1주택자에 대한 보증제한은 유지된다.
금융위는 전세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는 장기 계획도 세웠다. 고정금리 비중을 높여 전세 세입자의 금리상승 위험을 경감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정책보증 지원을 통해 고정금리 전세자금 대출상품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택금융공사의 보증비율을 기존 90%에서 100%로 늘리고, 보증료율을 0.1%포인트(p) 인하해 보다 낮은 금리로 공급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