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 법정 최고금리로 인해 저신용 차주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는 가운데 내년 1월 법정 최고금리 인상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로 20%까지 낮아졌지만, 금리 인상기 이윤이 줄어든 금융사들이 자금 공급을 줄이며 도리어 저신용 차주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시장연동형 금리 도입 등을 포함한 복수의 법정 최고금리 조정방안을 연내 확정하고, 다음 달 국회와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국 내 태스크포스(TF)에서 나온 법정 최고금리 조정 방안을 다음 달 중순부터 국회에 보고·논의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1월 중순 전에는 시장연동형 금리 도입 등을 포함해 다수의 방안을 국회에 보고한 뒤 가장 찬성안이 많은 방안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꼽히는 저축은행·대부업 등이 금리 인상기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을 닫자 법정 최고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금융위가 고려 중인 법정 최고금리 조정 방안에는 시장연동형 금리를 도입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시장연동형 금리는 고정적인 금리 상한을 두는 방식이 아닌 금리 변화에 따라 대부업버상 법정 최고금리(27.9%) 내에서 탄력적으로 최고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시장 상황에 따라 최고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조정은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가 27.9%로 설정돼 있어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27.9%까지 올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법정 최고금리 조정을 위해서는 국회와의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하는 과정에서 법률 개정 대신 시행령 개정을 택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조정은 시행령을 수정하면 되는 사안이지만, 국회 동의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를 낮춘다고 할 때 정부의 융통성을 위해 시행령만 (20%로) 낮추고 법률은 개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양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금융위가 국회와 최고 법정금리 조정 방안에 대해 의견 합치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올릴 경우 금리 인상 추세가 더 가팔라져 금융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법정 최고) 금리를 올리자고 하는 의견은 아무도 없다”며 “10%까지 내리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제적인 논리도 있지만, 국민 정서도 있기 때문에 (법정 최고금리 인상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외국의 제도 등을 종합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법정 최고금리 조정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책금융을 통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저신용 차주에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금융을 더 많이 공급하는 방식으로 일단 막아본 뒤 금리 쪽에서 뭔가 해야 된다라고 하면은 (법정 최고금리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내년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100만원 한도 내에서 긴급 생계비 등을 대출해주는 등 정책 서민금융을 확대하고 ‘불법 사금융 긴급대응단’을 통한 취약계층 지원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