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기예금에 이어 적금도 저축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주로 고객에 대한 대출을 통해 수익을 얻는데, 20%의 대출 최고 금리 상한에 묶여 공격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 중구 한 시중은행 본점 영업부 모습. /뉴스1

13일 금융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광주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최고 13.7%의 금리를 주는 ‘행운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대형 시중은행들도 10%가 넘는 적금 상품을 출시해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방은행을 제외한 대형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의 ‘Best 11 적금’은 최고 금리가 11%다. 신한은행의 ‘쏠메이트 적금’은 최대 금리가 7%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저축은행 평균 금리(12개월 기준) 3.55%다는 약 2배 가까이 높다.

시중은행과 함께 1금융권에 속하는 인터넷 은행들도 저축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케이뱅크의 ‘핫딜적금x우리카드’ 상품은 최대 10%의 금리가 적용된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웰컴저축은행이 최고 10%의 금리를 주는 ‘웰뱅 워킹 적금’을 판매하고 있지만, 대부분 적금 최고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은 3~7%에 머물러 있다.

저축은행 중 두번째로 높은 금리를 주는 곳은 SBI저축은행으로 최고 금리가 7.05%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5.56%), 페퍼저축은행(5.00%), OK저축은행(2.6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통상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예·적금 금리를 주며 고객 유치 경쟁을 벌여왔다. 저축은행은 2금융권에 속해 있어 위험 부담이 큰 대신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대출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예·적금 금리도 시중은행보다 높여 고객들을 유치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는 반면 저축은행들은 쉽사리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이 정한 대출 금리 상한선이 20%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예·적금 금리를 올릴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자금 조달 방법과 수익 구조가 저축은행보다 훨씬 다양하다. 저축은행들이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주로 예·적금 상품 판매를 통해 조달하는 반면 시중은행들은 채권 발행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자금을 끌어모은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에 비해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시중은행들과의 예·적금 금리 경쟁에서 계속 뒤처질 경우 고객 자금 이탈이 가속화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 부도 위험이 높은 저축은행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금리를 받으려는 목적 때문인데, 금리마저 낮다면 누가 저축은행을 찾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수익 감소를 무릅쓰고 ‘울며 겨자먹기’로 저축은행 역시 더 적극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