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루나 코인에 대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일 경우 유사한 구조를 가진 상당수 코인들이 증권성 토큰으로 분류돼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퇴출되고, 엄격한 감독과 제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지난 14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루나와 테라 코인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와 창립 멤버인 니콜라스 플라티아스 등 총 6명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해 발부 받았다.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검찰은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된다고 봤다.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이 이익을 기대하고 공동 사업에 금전을 투자해 그 결과에 따라 대가를 받는 형식의 증권을 의미한다. 검찰은 권 대표 등이 실제로 공동 사업을 수행하지 않으면서 자본시장법상 사기성 부정거래를 저질러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검찰은 테라와 루나 코인의 어떤 부분에 대해 증권 성격이 있다고 판단을 했는 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권 대표가 코인을 사전 발행하고 이를 소수에게만 알린 점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9년 권도형 대표는 당시 기준으로 약 1조5600억원 상당의 테라 관련 코인(SDT) 10억개를 사전 발행했다. SDT는 테라-루나 플랫폼 내에서 기축통화로 사용되던 코인이다. 권 대표는 SDT를 사전 발행한 사실을 소수의 기관 투자자에게만 알렸고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문제는 권 대표가 이끄는 테라 프로젝트의 의사 결정에 SDT가 쓰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권 대표는 당시 루나 코인의 보유량에 따라 의사 결정 투표권을 부여했는데, SDT는 루나와 교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만약 10억개의 SDT를 기관 투자자들이 들고 있었다면 사실상 테라 프로젝트에서의 의사 결정 전권이 이들에게 부여된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게 가상자산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SDT 10억개는 전체 발행량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SDT를 보유한 소수의 기관 투자자들이 테라의 운영을 자신들 마음대로 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검찰이 이를 근거로 테라와 루나 코인에 증권 성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은 의사 결정 구조가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는 ‘탈중앙성’을 핵심으로 한다. 그러나 권 대표의 테라 프로젝트는 의사 결정 구조가 주식을 다량 보유한 소수에게 쏠려 있는 일반 기업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가 발행한 코인 역시 증권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루나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스테이블 코인은 모두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트론(TRX) ▲웨이브(WAVES) ▲메이커(MKR) ▲스팀(STEEM) 등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업비트 등 일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루나 코인이 1달러 가치 연동을 못 하게 되자, 트론 등 비슷한 구조의 코인들도 위험할 수 있다며 투자 경고나 유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만약 금융 당국이 이들 코인을 증권성 토큰으로 간주할 경우 이 코인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금융 당국은 증권 성격을 가진 코인들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한국거래소 산하에 신설될 디지털증권시장으로 넘긴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트론과 웨이브, 스팀은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2위 업체인 빗썸에서 거래되고 있다. 메이커는 빗썸과 코빗, 고팍스 등에서 거래가 가능한 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