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금융권 시중은행들이 본인신용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반면 저축은행 업계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이데이터란 흩어진 신용 정보를 한 데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과 소비 습관을 분석해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올 1월 정식 도입됐다.

그래픽=손민균

7일 금융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한 곳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10곳에 이른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에선 웰컴저축은행과 동양저축은행 단 두 곳만 이 사업에 진출했다.

저축은행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대부분 금융지주에 소속돼 있는 시중은행과의 구조 차이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같은 지주사 아래 카드사, 보험사 등과 연계돼 있다. 이 덕에 계열사의 고객 정보를 한 데 모아 같은 지주에 소속된 회사들이 개발한 여러 금융 상품을 추천할 수 있고, 마케팅 비용 등도 줄이는 등 마이데이터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 KB 등 대형 금융지주의 경우 계열사로 둔 금융사들이 많아 고객 데이터를 한 곳에 모을 경우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반면 저축은행은 지주에 소속된 형태가 거의 없고, 자회사 없이 단일 회사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른 금융업권에서 보유한 고객 정보를 모으기 위해선 타 금융사들과 별도의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정보 수집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계열사로 캐피탈업체와 자산운용사를 두고 있어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며 “대다수 저축은행은 이 사업을 통해 별다른 효과를 얻기 어렵고, 다른 회사들과의 협조를 얻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데이터 사업 구축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점도 저축은행들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 5곳의 정기 예·적금 규모는 768조원을 넘어선 반면 저축은행 업계의 전체 예·적금은 약 114조원 수준에 그쳤다.

체급 차이가 극명한 상황에서 굳이 시중은행들과 같이 막대한 돈을 들여 별다른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게 저축은행들의 입장이다.

여기에 저축은행들의 경우 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굳이 마이데이터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SBI저축은행 등 일부 대형사들은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웰컴 등 먼저 사업을 시작한 경쟁사들의 실익 등을 면밀히 지켜본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마이데이터 도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