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이나 설계사를 두지 않고 모바일과 온라인 등을 통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대표를 교체하는 강수를 두는 등 안착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좀처럼 실적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캐롯손해보험 광고모델 신민아./캐롯손보 제공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디지털 보험사 3곳은 모두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교보생명의 자회사로 지난 2013년 설립된 디지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금껏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올 상반기에도 66억9100만원의 손실을 냈다. 총포괄손실은 394억8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손실액 153억5500만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관계자는 “장기보험인 생명보험의 상품 특성상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사업 추진에 필요한 기술, 인력 등은 이미 다 갖춘 만큼 기존 전략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손해보험이 SK텔레콤,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설립한 캐롯손해보험도 출범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캐롯손보는 2019년 91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020년 381억원, 2021년 6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손실 규모가 66억원 늘었다. 설립 후 누적 적자는 1449억원에 달한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2020년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디지털손보사로 출범한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2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1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일러스트=정다운

보험 전문가들은 디지털 보험사들이 출범 후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아직까지 대면 상담을 통한 상품 가입을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판매하는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가입 기간이 길고 보험료도 비싼 편에 속해, 소비자들이 인터넷이나 모바일보다 보험설계사를 통해 상담을 받은 후 가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신생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마케팅과 광고·영업 비용도 많이 지출해야 한다. 캐롯손보의 경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영화배우 신민아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TV 광고 등에도 많은 투자를 했지만, 보험료가 다른 손보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좀처럼 실적 개선을 위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하나손보와 캐롯손보는 대표를 교체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서기도 했다.

캐롯손보는 초대 수장(首長)을 맡았던 정경호 대표가 지난달 물러나고 한화생명에서 글로벌 전략투자와 디지털 혁신 부문을 담당했던 문효일 대표가 새로 취임했다. 하나손보도 지난 3월 하나은행 IT통합지원단을 거쳐 생활보험 출시, 신보험업무시스템 개발 등에서 성과를 내 김재영 부사장이 새 대표로 임명됐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이 속속 시장이 진출하고 있어 기존 디지털 보험사들이 계속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지난 7월에는 신한금융지주의 디지털 손보사인 신한EZ손해보험이 출범했고, 카카오의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다음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여기에 최근 금융위원회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나 플랫폼 업체들에 대해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업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디지털 보험사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