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 등에서 횡령과 이상 외화거래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금융 당국이 내부통제를 위해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이 협의를 통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도 일부 금융사는 적용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내부통제기준을 강화했더라도 이를 준수하는 문화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하며 지배구조법 개정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전경./금융감독원 제공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이 주관하고 은행권이 참여하는 ‘금융사고 예방 내부통제 개선 태스크포스(TF)’는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 제1항에서는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은 법률에 명문화돼 있지만, 기준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업계가 자체적으로 내부통제기준을 재정비하는 등 자정 노력은 기울이고 있지만, 여태껏 이를 반영하지 않는 금융사들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표준 내부통제기준을 개정했다. 자율규제 성격인 표준 내부통제기준은 은행 대표이사가 내부통제기준 위반 방지를 위한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내부통제체계 및 운영 실태에 대한 점검, 내부 통제 기준 위반에 대한 제재 기준 마련 등의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다수가 지난해 말 개정된 표준 내부통제기준을 여태껏 반영하지 않았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연합회에서 지난해 11월 내부통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줬으나 우리은행 등 3곳은 아직도 이 기준을 반영, 개정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3분기나 내년 초 개정한다고 하는데,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하지 않은 것”이라며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해당 은행 관계자는 “신한, 하나 등 다른 은행도 표준 내부통제기준을 반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감원은 내부통제 개선 TF를 통해 내부통제 준수 문화가 정착하도록 유도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법 개정까지 고려하기로 했다. 단, 법 개정 사항은 금융위원회와의 교감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다.

그래픽=이은현

금감원은 이 밖에도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부문을 독립 평가항목으로 분리하고, 내부통제 평가등급을 종합등급과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감원은 또 거액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 검사를 실시하고, 시재검사 등 영업정 현장 점검(샘플 점검)을 확대하는 등 감독 범위를 확대하는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부통제 개선 방안은 10월쯤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