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내내 코로나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훨씬 웃도는 와중에도 법인카드 결제액은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1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기업들이 영업 활동을 활발하게 재개한 덕분이다.

7일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의 ‘2월 카드 승인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법인카드 승인 금액은 14조2000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 12조5000억원보다 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법인카드를 제외한 개인카드(신용·체크카드) 승인 금액은 63조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58조5000억원보다 7.8% 늘었다. 법인카드 승인 금액 증가율이 개인카드 승인 전체 카드 승인 금액 증가율보다 2배 정도 높았다는 의미다.

전체 승인 금액뿐 아니라 평균 승인금액에서도 법인카드 사용액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법인카드 평균 결제 승인금액은 지난해 13만원에서 올해 14만1600원으로 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카드 평균 승인금액은 지난해 3만8200원에서 올해 3만8900원으로 거의 비슷했다.

그래픽=손민균

정부는 지난 2월 코로나 관련 제재가 길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수요가 많아지자,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을 기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한 시간 연장했다. 1월에 4인이었던 사적 모임 인원 제한도 ‘최대 6인’으로 완화했다. 이 때문에 1월 31일 1만8000명 수준이었던 확진자 수는 2월 말 13만9000명까지 늘었지만, 소비심리는 오히려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정부가 오미크론 대유행 속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수위를 낮추자 전반적으로 ‘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법인카드 결제액 증가는 기업들이 외부활동을 서서히 정상화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자제했던 직장 내 회식이나 접대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개인과 기업 활동이 워낙 심하게 움츠러든 데에 따른 기저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2020년과 2021년 내내 코로나19로 2019년 대비 신용카드와 법인카드 사용이 줄었고, 이에 따른 기저 효과로 올해 승인액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카드를 포함한 전반적인 소비가 증가하면서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다양한 업종들도 모처럼 결제 금액이 크게 늘었다.

한국표준산업분류(대분류)에서 소비생활과 밀접한 8개 업종 가운데 자영업이 많은 업종인 숙박·음식점업(2.5%)과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1.9%)이 수혜를 입었다. 이들 업종은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9시에 10시로 한 시간 늘어나자 결제액이 오르기 시작했다.

학원을 포함한 교육서비스업이나 전반적인 도소매점을 두루 아우르는 도매 및 소매업 승인액 역시 1조3500억원과 40조4700억원으로 각각 11.3%, 8.6% 껑충 뛰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에는 오미크론 대유행 속에서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월보다 완화됐기 때문에 카드 지출액이 더 늘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하게 위축됐던 지출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국면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