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폐쇄 점포와 출장소 등 유휴 부동산 공개 매각에 나섰다. 비대면·디지털 금융이 급물살을 타면서 시장으로 나오는 은행 부동산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점 및 출장소 5곳의 부동산을 공매 시장에 내놨다. 매각 대상은 경기도 군포시 소재 옛 우리은행 수리동지점, 부천시 상동 옛 상동출장소, 성남 중원구 옛 성남남부지점, 경남 창원 옛 테크노파크지점, 서울 강남구 옛 일원역지점이 있던 토지 및 건물이다.

우리은행이 공매로 내놓은 5곳의 최저 입찰가는 성남시 중원구 일원 소재 부동산 94억7700만원, 서울 강남구 일원 소재 부동산 22억5000만원 등 총 154억5900만원 규모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이 공매 시장에 내놓은 경기도 고양시 소재 부동산과 서울 성동구 소재 부동산 전경. /온비드 캡처

농협은행은 농협은행지점으로 쓰던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재 토지 및 건물을 공매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해당 부동산의 최초 최저 입찰가는 166억4800만원으로 3회 유찰됐고, 현재 재입찰을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상가 내 108호 물건(최저 입찰가 2억2900만원)과 충북 청주 흥덕구 소재 판매시설 내 102호 물건(2억1300만원)을 공매에 내놨다. 일산동구 매물은 4회 유찰돼 인터넷입찰을 진행 중이다.

은행 보유 부동산이 대거 시장에 나오고 있는 데는 점포 통폐합 추세 영향이 크다. 요즘 은행들은 수요가 적은 지점의 문을 닫는 대신 지역 내 거점 지점을 두는 방식으로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지점 폐쇄와 통합, 이전 등 구조조정 이후 공실로 남게 된 부동산을 팔아 현금화하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업이 주목적이 아닌 데다 재무 구조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현금 흐름이 더 중요하다 보니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금융 업무의 비대면·디지털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시장에 내놓는 부동산이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에만 서울 송파구 문정동 훼밀리타운, 전남 여수시 여천남지점, 제주시 이도일동 소재 제주지점, 충남 공주시 공주중동점 등 15곳을 공개 매각하기 위해 내놨다. 15개 매물의 최초 최저 입찰금액 기준 총액은 519억3500만원 규모다. 이 중 절반 수준인 7곳이 낙찰됐으며, 낙찰 물건들은 모두 최저 입찰금액보다는 높은 금액에 거래됐다.

우리은행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고객을 위해 투자상품, 부동산, 세무 등 종합자산관리 전반에 대한 원스탑 화상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우리은행 제공

이와 함께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최저 입찰금액 기준 총액이 483억3700만원에 이르는 건물 10곳에 대해서는 매각 후 재임차를 추진했는데, 이 중 4건만 낙찰됐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부산합숙소, 속초합숙소, 평촌관악타운출장소, 옛 갈산동지점 등 보유 부동산 다수를 처분하기 위해 공매 시장에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은행 보유 부동산의 몸집 자체가 크다 보니 낙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 금융 강화 흐름 속에서 은행들의 부동산 매각 처분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10년 전에 비하면 현재 전국 지점 수가 절반 수준”이라면서 “오프라인 지점 수 감축은 세계 은행권 전반의 추세”라고 말했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전환(DT)’전략을 가속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지점 운영 및 영업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유휴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지점 통폐합의 대안으로 화상 상담 기반 창구 및 무인점포 운영 확대, 디지털라운지로의 전환 등 공간 개조 시도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