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며 NFT를 이용한 자금 세탁 등 여러 부작용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간 규제 사작지대에 놓여 있던 NFT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취지다. NFT를 특성에 따라 ‘게임형’과 ‘수집형’으로 나누어 관리하려는 것도 이러한 취지에 따른 움직임이다.

그래픽=손민균

NFT는 특정자산에 대한 소유권과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에 디지털 파일 형태로 저장하고 기록한 것을 뜻한다. 각 NFT마다 고유 속성을 지녀 대체할 수 없다. 위변조 가능성 역시 차단돼 소유권과 원본도 인증할 수 있다. 2014년 최초로 등장했다.

단 하나밖에 없다는 장점 덕에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디앱레이더에 따르면 2020년 NFT 시장 규모는 1억 달러(1192억3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107억 달러로 107배 정도 증가했다. 다만 NFT로 부정 자금을 세탁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 때문에 규제 관련 목소리는 점차 커지는 중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체불가능토큰(NFT)의 특성 및 규제방안’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여러 해외 국가 역시 NFT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는 중이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NFT 거래 수단, 유형에 따라 증권법과 같은 관련 법률을 적용하는 식이다.

그래픽=이은현

현재 미국은 NFT를 규제하는 특정 법안이 없다. 다만 특성과 거래 형태에 따라 규제될 여지는 남아있다. 가령 미국 증권법은 기념품과 수집품은 일반적인 유가증권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에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NFT를 거래하는 경우, 이는 ‘투자계약’으로 간주돼 증권법의 영향 아래 놓일 수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NFT를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추후 규제할 가능성은 큰 상황이다. 지난 2020년 9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암호화 자산 규제 방안인 미카(MiCA·Markets in Crypto-Asset Regulation)를 발표했다. 미카는 2024년 시행 예정이다.

해당 규제는 가상자산 발행자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럽 내 모든 시민·기업들에 적용된다. 초안에는 NFT 관련 규제가 마련돼 있진 않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추후에 NFT 일부가 포함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독일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개인이나 법인이 교환이나 지불 수단, 또는 투자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NFT 역시 투자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NFT를 가상자산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독일 내에서 나오고 있다. NFT 중개업이나 거래 활동이 향후 기존의 가상자산 라이센스 체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영국의 경우 NFT를 규정하는 특별한 법은 없지만, 가상자산을 ‘암호화된 디지털 가치’로 정의하는 만큼 현금으로 바꾸는 행위 등은 규제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일본 역시 NFT를 가상자산으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지불 기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사회 내에서 도박 범죄로 NFT가 사용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돼 일본 블록체인콘텐츠협회 등이 NFT 관련 가이드라인을 수립 중이다.

전문가들 역시 NFT 규제를 도입해 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의 경우 가상자산 관련 개인투자자의 비율이 높아 피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실명계좌 보유투자자는 약 730만명으로 추정된다”며 “자금세탁, 탈세 등 불법적 자금 흐름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권형 NFT 외엔 아무런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이 부분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도한 규제는 NFT 관련 산업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NFT 거래를 하려면 개인 지갑으로 코인을 보낼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이를 막고 있다”며 “해당 명분은 특금법 자금세탁에 두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그런 규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마련하되, 관련 산업은 진흥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