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최대 연 6%에 육박하는 등 이례적으로 빠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따른 시장금리의 가파른 오름세가 주요 원인이지만,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은행 차원의 적극적인 가산금리 조정도 불만에 기름을 부으면서 ‘은행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 금리는 5%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혼합형 주담대(5년 고정형)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연 3.97~5.38%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인 8월 말과 비교해, 1%포인트(P)가량 뛰었고, 불과 2주 전보다도 0.37~0.69%P 올랐다. 변동금리 대출도 연 3.31~4.81%를 기록하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 상승세도 최근 심상치 않다. 신용대출 금리(은행 내부 신용 1등급 대출자 1년 대출 기준) 범위는 같은날 기준 연 3.36~4.68%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달 31일에서 지난 1일로 넘어오면서 불과 하루 만에 신용대출 금리가 0.2%P 뛰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면 이자가 불어나는 상황이다.

지난 2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연합뉴스

기본적으로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지표금리가 상승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가계대출 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발맞춰, 연말까지 대출 수요 조절로 다급해진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산금리는 자금 조달 비용과 위기관리 비용 등의 원가에 마진을 붙인 후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이는 전적으로 은행 자율 권한이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잇따라 우대금리를 줄이는 것도 가산금리 높이기의 일환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에 비해 예금금리는 정체되면서 차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를 일컫는 예대금리차(예대마진)는 최근 들어 역대급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와 순수저축성 예금금리 차이는 2.02%P인데, 2%P대 예대금리차는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예대마진 등 은행권 이자 이익 증대를 바탕으로 3분기 금융지주사들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상황이 이와 같자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4일 올라온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란 제목의 청원 글에는 하루 만에 6000명의 동의가 몰렸다. 이 작성자는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인한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은행이 갑이 돼, 대출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그것이 대출금리에도 반영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예대마진이 높아지는 일들이 있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면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그런 시대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예대마진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라고 단서를 달긴 했으나, 업계에서는 고 위원장의 발언을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을 사실상 눈감아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현재 상황은 2019년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부당산정과 관련해 은행권을 제재하거나, 대출금리 체계 합리성 제고를 위해 모범규준 등을 마련하고 점검하는 등의 제스처를 취했던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현재로선 금리 점검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초 기준금리가 현행 0.75%에서 1.25%로 대폭 오를 거란 예상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오는 25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재로서 유력한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이주열 한은 총재의 퇴임 일정이 맞물려, 내년 1월 금리 인상이 한 차례 더 이뤄질 수 있을 거란 예상도 솔솔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돌입 등 우리나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뒷받침하는 여건도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