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금융 사업 폐지 절차를 밟는 한국씨티은행 노사가 직원들에게 ‘최장 7년’까지 기준 월급의 100%를 보상하는 희망 퇴직에 합의했다. 씨티은행의 이번 희망퇴직은 7년 만에 실시되는 것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이날 직원들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희망퇴직 관련 노사 합의 사항을 공지했다. 노사가 희망퇴직 조건을 두고 한 달 간 협의한 끝에 합의에 이른 것이다. 지난 9월 말 씨티은행은 직원들에게 최대 7억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희망퇴직을 제안한 바 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 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최장 7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 기준 월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직위, 연령 등의 제한은 없으며 지급 최고 한도는 7억원이다. 통상 기본급 36개월~60개월치로 책정돼온 은행권 특별퇴직금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당초 씨티은행은 정년까지 5년 넘게 남은 직원에 대해서는 잔여 개월 수에 기준 월급의 90%를 곱한 만큼만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가 노사 협의 과정에서 90% 적용 제한을 폐지됐다.
노사는 2021년 임금 인상률을 2.4%로 합의했다. 퇴직금 산정에도 이 인상률이 적용된다. 특별퇴직금 외 희망퇴직자에게 창업지원금 및 경력전환 휴가보상금 명목으로 250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도 확대됐다. 기업금융 부문 직원의 나이 제한을 폐지하고, 전산 본부 직원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이 불가피한 예외적인 사유가 있을 경우 퇴직 신청을 할 수 있다. 당초 기업금융 부문의 경우 만 51세 이상 직원만 희망퇴직 신청이 가능했다.
노조는 “희망퇴직 과정에서 강압 행위를 금지하고 직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계속 근무를 택하는 직원의 고용 안정을 확보해줄 것을 은행 측과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국내 소매금융 철수를 처음 공식화하고 사업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결국 지난 22일 소비자금융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씨티은행 경영진은 씨티그룹 본사에 한국 내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 유지를 설득해 200만 이상의 고객 보호와 2500명 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졸속 청산을 선택했다”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결사항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 노조는 26일 국회 정문 앞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등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씨티은행 노사는 2022년 승진 규모도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노사는 대학생 이하 자녀 1인당 1000만원씩 지급하는 자녀 장학금은 ‘최대 자녀 2명’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퇴직 이후 3년 간 배우자까지 포함해 제공하는 종합 건강검진 기회는 미혼 직원의 경우 부모 1인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