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로고

카카오페이가 출범을 준비하는 ‘카카오손해보험 주식회사’가 금융위의 예비허가 문턱을 넘었다. 새로운 상품과 사용자 친화적인 유저 인터페이스(UI)로 은행업에 이어 증권업에서도 기존 금융사들을 긴장시켰던터라, 기존 보험사들 역시 카카오 보험사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손해보험은 연내 본허가를 마치고 본격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빅테크 보험업 진출 첫 사례…금융위 “소비자 편익 증진 및 보험산업 경쟁·혁신 기대”

10일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허가 심의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 말 카카오페이가 금융위에 손보사 예비허가를 신청한 지 6개월 만이다.

금융위는 “카카오손해보험이 자본금 요건과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경영 요건 등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며 “카카오그룹의 디지털 기술 및 플랫폼과 연계한 보험서비스를 통해 경쟁 촉진이 필요한 손해보험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손해보험은 플랫폼 빅테크 기업(대형정보기술기업)이 보험업에 진출하는 첫 사례다. 앞서 캐롯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디지털 보험사로 인가를 받았지만, 각각 한화손해보험과 교보생명이 만든 디지털 보험사였다.

금융위는 카카오손해보험을 총보험 계약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컴퓨터 통신 등 통신수단을 이용해 모집하는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디지털 보험사)로 인가했다. 이에 보증보험과 재보험을 제외한 손해보험 전부를 다룰 수 있다. 자본금은 1000억원으로 카카오페이가 60%, 카카오가 40% 지분을 갖는다.

금융위원회.

◇ 카카오톡 업은 ‘메기’ 등장에 보험업계 ‘긴장’

카카오라는 거대 플랫폼을 뒤에 업은 카카오손해보험에 보험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흐름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무기로 시장에 들어서면 업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간편결제와 은행, 증권에 진출하면서 보여줬던 결과를 생각하면, 보험 영역에서도 어떻게 판을 흔들지 기대되면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2014년 출범한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기준 가입자수가 한국 전체 인구의 70%가량인 3600만명을 넘겼고, 카카오뱅크 역시 출범 5년만에 140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카카오페이 증권 계좌도 400만개를 돌파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업은 금융업 중에서도 상품 구조가 어렵고 덜 대중적인데다 특히 설계사 중심의 대면 영업이 고착화돼 있어 테크 회사들의 진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바탕으로 데이터와 플랫폼 우위를 지닌 카카오 보험사의 등장이 업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카카오 생태계 연계해 보험 판매… 연내 출범 목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핀테크 위크 2021' 개막식에 앞서 카카오페이 전시 부스를 찾아 키오스크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카카오손해보험은 소비자 수요에 맞추는 여행자 보험, 펫 보험 등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을 시작으로 점차 자동차·장기보험 등으로 업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가 금융위에 제출한 사업 주요 내용에는 “소비자가 참여하는 DIY(Do It Yourself, 자체제작)보험, 플랫폼 연계 보험 등의 상품을 개발해 일상생활의 보장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카카오 생태계에 있는 카카오톡,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키즈, 카카오커머스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인과 함께 가입하는 동호회 보험과 휴대폰 파손 보험, 카카오키즈 서비스와 연계한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한 택시안심 보험과 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커머스와 연계한 물품 반송보험 등이 그 사례다.

이밖에도 카카오손해보험은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를 통한 보험 간편 가입 및 간편 청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심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 카카오 금융사가 해왔던 카카오톡 활용 상담·설명 서비스, AI챗봇을 통한 24시간 민원 서비스도 제공된다.

예비허가를 받은 카카오손해보험은 향후 6개월 이내에 자본금 출자, 인력 채용, 물적설비 구축 등을 이행하고 금융위원회에 본허가 신청을 하게 된다. 지난해 허가를 받았던 캐롯손해보험은 신청 2개월만에 본허가를 받았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예비인가 통과에 대해 “후속절차로 본인가를 마무리하고, 연내 디지털 손보사를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며 “일상 속 위험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테크인슈어런스 기반 보험 혁신과 트렌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