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과 채권, 부동산시장이 모두 부진하면서 노후 준비에 대한 투자자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국민연금과 예·적금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일러스트=정다운

설상가상 젊은 세대가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현행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 10월까지 국민연금 개혁안을 마련할 계획인데, 보험료율 상향·증세 필요성이 높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는 만큼 젊은 세대에게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부담이 더해질 전망이다.

이에 현재 한창 자산 증식에 나서고 있는 젊은 세대가 이전의 다른 세대보다 퇴직 연금 관리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장기 투자의 핵심이 ‘복리효과’라는 점에서 미리미리 퇴직연금 투자를 시작할 수록 은퇴시점에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투자자의 적극적인 퇴직연금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시행했다. 따라서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자신의 퇴직연금 계좌가 있는 은행·보험·증권사에서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해야한다. 한번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하면, 이후 다시 운용 지시를 내리지도 않아도 선택한 상품에 퇴직연금의 100%가 자동으로 투자·운용된다.

기존엔 별도의 운용 지시가 없을 때 금융사가 예치된 퇴직연금을 예적금에 자동으로 재투자했으나,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이는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까지 디폴트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퇴직연금이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돼 예·적금 이자도 못 받게 된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TDF(타깃데이트펀드)다. 은퇴시점에 맞춰 유동적으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해가며 투자 전략을 조정해준다. 예컨데 은퇴시점을 2050년으로 상정한 TDF를 지금 가입한다면, 가입 직후엔 주식자산 비중이 80%에 달했다가, 은퇴 시점이 5년 안으로 다가온 2045년이 되면 그 비중이 45% 남짓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국내 TDF 운용상품 수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TDF는 시장의 단기적인 방향에 연연하기보다는 꾸준한 투자를 통해 시장의 방향에 따른 가격 변동성을 줄여나가면서도, 위험 자산이 가져다주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꾸준히 취득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개인투자자가 리스크와 변동성 관리를 직접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TDF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