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판매 플랫폼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의 상장 예비심사 통과 여부가 이달 중순에 결정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컬리의 상장 심사 승인이 매우 유력하다고 보고 있으며, 향후 기업가치를 얼마로 산정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컬리가 증권신고서를 통해 약 1조8000억원에서 2조원대 중후반 사이의 기업가치를 제시할 것으로 추측한다. 당초 상장 예심 단계에서 잠정 산출했던 시가총액(5~6조원)의 절반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이다.

컬리 퍼플 박스. /마켓컬리 제공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달 중순 상장위원회를 열고 컬리의 상장 예비심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상반기 실적이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나오는 만큼, 실적을 확인한 후 위원회에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거래소 내부 사정에 정통한 IB 관계자는 “8월 중순에 상장위원회가 열린다는 것은 결국 상장을 승인해주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컬리는 지난 3월 28일 상장 예심을 청구한 이래 심사를 위한 여러 보완 자료들을 거래소에 제출해왔는데, 드디어 반기 실적을 확인하고 상장위를 열겠다는 것은 다른 자료들에 대한 검토가 모두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상장 예심 통과가 유력한 만큼, 이제 기관 수요예측 전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얼마로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IB 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상장 심사 청구 당시 적어냈던 기업가치는 5조~6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연초 이후 증시가 침체되며 미 뉴욕 시장에 상장한 쿠팡 주가가 40% 가까이 하락한 만큼, 컬리 역시 기업가치의 대폭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통상 기업은 상장 예심을 청구할 때 잠정 기업가치를 한 번 제시하고, 심사 통과 후 기업가치와 공모가 밴드를 다시 확정해 증권신고서에 적어 낸다. 만약 금융감독원에서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할 경우 정정을 지시할 수 있다.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인 예다.

컬리는 아직 기업가치를 확정하지 못했으나, IB 업계에서는 1조8000억원과 2조원대 중후반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모가 밴드 상단을 기업가치 3조원 수준으로 정한다면 절대 금감원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을 것이고, 밴드 하단이 1조원대 초중반까지 내린다면 주주들의 반발과 충격이 엄청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프리(pre) IPO 단계에 투자했던 홍콩계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가 기업가치의 하향 조정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앵커가 2500억원을 투자했을 당시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앵커가 그 과정에서 적격상장(Qualified IPO) 조항을 만들어 공모가의 하한선을 기업가치 6조원 수준으로 맞췄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달 초 기관 투자자 대부분이 보유 지분에 자발적으로 보호예수를 적용하는 데 동의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앵커를 포함한 컬리의 기관 투자자들은 보유 지분에 6개월~2년의 보호예수를 걸겠다는 확약서를 거래소에 제출한 상태다.

IB 업계 관계자는 “거의 모든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의무보유 확약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상장을 강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에라도 우선 상장을 한 뒤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컬리는 적자 기업의 특성상 상장 예심 청구 단계에서 주가매출비율(PSR)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잠정 산출했다. 증권신고서에서는 PSR 방식을 적용하되 추정 매출액을 하향 조정해 밸류에이션 멀티플(배수)을 낮춰 기업가치를 대폭 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