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보유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의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다. 카카오의 보유 지분 일부는 물론 재무적투자자(FI) 텍사스퍼시픽글로벌(TPG), 칼라일의 보유 지분까지 한꺼번에 사들이며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EF 관계자들은 카카오가 지난해 택시 사업으로 인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시달린 만큼 문제의 소지가 있는 계열사를 파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초기 투자자인 TPG와의 계약 때문에 연내 기업공개(IPO)를 해야 하는데 현재 주식시장의 여건 상 상장이 어려워지자, 아예 지분을 파는 방법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 “검토 중이란 얘기 나온 지 오래…카카오, 논란 소지 없애고 싶은 듯”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및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해 MBK파트너스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현 MBK파트너스 대표(파트너)는 이에 대해 “해줄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PEF 관계자는 “MBK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를 검토한다는 얘기를 들은 지는 한참 됐다”며 “MBK는 작년 다나와 인수 참여 전까지는 빅테크나 인터넷 플랫폼 영역에서 투자를 제대로 못했다는 인식을 내부적으로 많이 하고 있어, (카카오모빌리티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5%를 보유한 대주주다. TPG컨소시엄(TPG·한국투자파트너스·오릭스)의 지분율이 29%, 미국계 PEF 칼라일 지분율이 6.2%다. 최근 구주 거래 과정에서 약 8조5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다.
거래 대상은 카카오가 보유 중인 지분 중 40%, TPG컨소시엄과 칼라일의 보유 지분으로 알려졌다. 지분율이 약 80%에 달하는 만큼, 경영권 역시 인수자가 갖게 되는 구조다.
카카오가 야심차게 키워온 모빌리티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또 다른 PEF 관계자는 “카카오가 대기업 집단이 된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욕을 많이 먹는 모빌리티 사업을 계속 안고 가면 아무래도 부담이 크지 않겠냐”며 “이 참에 경영권을 매각해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정치권의 집중 난타를 당했다. 전화 호출 대리운전 업체를 문어발식으로 인수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고,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도입하며 요금을 일방적으로 올려 비난을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결국 지난해 IPO 절차를 한 차례 중단하고 올해 3월에야 우여곡절 끝에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으며,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앞둔 상황이었다.
◇ “카카오 아닌 SI에 팔리면 현 기업가치 유지 어려울 수도”
IB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통해 두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 부정적인 여론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FI와의 계약도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TPG컨소시엄은 지난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원을 투자하고 지난해 6월 1307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누적 투자금은 총 6307억원에 달한다. PEF는 보통 펀드 운용 기간(대부분 10년) 중 초기 5년 동안 투자하고 후기 5년을 회수에 할애하는데, 이 때문에 투자 후 5년 안에 상장이나 매각을 통해 일정 수준의 내부수익률(IRR)을 얻고 엑시트하는 것은 PEF의 투자 계약 시 흔하게 들어가는 조건이다. 즉 올해 안에는 카카오가 TPG의 지분을 엑시트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가 FI들과 약속한 기업가치를 인정 받으며 연내 상장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18% 가까이 떨어졌으며, 쓱(SSG)닷컴·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상장을 추진 중인 ‘대어(大魚)’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의 경우 지난달 상장 예심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직 결과를 받지 못한 채 속을 태우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기한 내 FI와의 엑시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대주주는 자신의 보유 지분과 FI의 보유 지분을 묶어서 제3자에 매각해 약속한 IRR을 보장해주는 패널티를 이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카카오가 TPG에 줄 돈이 없어 지분을 판다기 보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업을 정리하면서 FI와의 계약도 이행하는 일석이조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타당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와 MBK 양측이 밸류에이션 산정에 있어 합의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PEF 임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개별 앱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카카오톡 계정 및 카카오페이와 함께 유기적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몸값이 높은 측면이 있다”며 “향후 MBK가 카카오모빌리티를 다른 전략적투자자(SI)에 매각했을 때도 그런 사업적 매력이 여전할 지는 재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