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두 강대국의 패권 다툼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3차 담판을 끝내자, 이제는 두 나라가 전쟁까지 벌일 수 있다는 공포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전쟁 앞에서 ‘투자 전략’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무장 조직 알 카에다가 항공기 테러로 미국의 심장부를 겨냥한 날 종합주가지수(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12% 폭락했다.
그러나 현 상황은 911테러 때와는 매우 다르다. 예상치 못한 때 속수무책으로 벌어졌던 911테러와 달리, 미국·러시아를 축으로 한 현재의 갈등은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자산 시장 참여자들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왔고, 실제로 주식 및 채권 시장에도 전쟁 우려가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다.
미·러 전쟁이 벌어질 위기 앞에서 우리의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미 중앙은행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섣불리 어떤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오죽하면 요즘 증권 금융 업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당분간 아무 것도 하지 말고 현금을 들고 있으라”고 조언할 정도다. 그럼에도 위기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 현금 보유보다는 나은 일이 될 것이다.
변동성지수(VIX)는 전쟁 공포 자체와 가장 밀접하게 연동된 지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옵션의 향후 30일 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수로,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의 헤지(위험 회피) 수요가 늘어 옵션 가격이 오르는 원리를 이용한 지수로, 보통 약세장에서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다.
러시아에도 이 같은 변동성지수(RVI)가 있다. 2014년 4월부터 모스크바거래소에서 제공해온 이 지수는 RTS지수 옵션의 30일 변동성을 토대로 산출된다. RVI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하루 만에 25.5% 급등했으며, 12~18일에는 8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변동성지수에 투자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선물을 사는 것이다. 위탁 증거금을 걸고 롱포지션(상승)이나 숏포지션(하락)을 취해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선물 투자는 개인 투자자가 섣불리 접근하기는 어려우며 위험 부담도 크다. 수천 만원에서 수억원을 하룻밤에 잃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VIX를 기초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이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ProShares VIX Short-Term Futures ETF (VIXY)’가 있다. 단기 VIX 선물지수를 추종하는 이 펀드는 지난 11일 13.26%의 수익을 냈다. VIXY를 1.5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ProShares Ultra VIX Short-Term Futures ETF (UVXY)’도 있다.
다만 VIX를 추종하는 ETF나 ETN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증시의 변동성이 클 때 오르는 VIX지수의 특성 상, 시간이 지나 변동성이 줄어들면 VIX도 하락한다. VIX는 장기적으로 우하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주가지수와 VIX에 혼합 투자해 헤지를 노리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Invesco Actively Managed Exchange-Traded Fund Trust - Invesco S&P 500 Downside Hedged ETF (PHDG)’는 S&P500 Dynamic VEQTOR TR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S&P500지수와 VIX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점을 이용해 두 지수에 동시에 투자함으로써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