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28일은 한국 증시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투자자 순매도가 이뤄진날이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3조903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순매도한 이유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 주가 반등에 따른 차익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개인은 1조9613억 원어치, 코스닥시장에서 1조129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두 시장을 합쳐 3조903억원치를 하루 만에 순매도했다. 개인 순매도 액수가 하루 기준 3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개인 합산 순매도액이 가장 컸던 것은 지난 2월 25일(2조1282억 원)이다.

개인이 팔아치운 물량은 기관과 외국인이 받아냈다. 기관의 이날 순매수 규모(2조3454억원)는 사상 최대였다. 외국인도 7612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는 역대급 개인 매도 물량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받아내며 전날보다 0.69% 오른 3020.2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개인이 3조원이 넘는 주식 순매도에 나선 것이 대주주 양도세를 내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매도일이었기 때문이다. 28일 이후 한 종목을 10억 원 이상(직계 보유분 합산 기준) 보유한 경우, 대주주로 분류된다. 이렇게 될 경우, 주식 양도 차익의 20%(3억원 이상 25%)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대주주 요건 및 양도소득제 회피성 개인 매물이 쏟아진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1개월 새 11.07% 상승하며 대주주 자격에 걸리는 사람이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584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개인들이 순매도한 종목은 2차전지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1367억원)였다. 이어 SK하이닉스(1336억원), 셀트리온 (1106억원) 순으로 팔아치웠다.

배당락일 하루 전이라는 점도 매도세를 부추긴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해 투자자들이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배당락일(12월 29일) 전날인 28일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올해 코스피 연 배당수익률은 대략 2.1%로 추정된다. 배당받을 권리가 소멸되는 날인 배당락일을 하루 앞두고 개인은 매도에 나서고, 기관은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배당락일인 오늘(29일)은 배당수익률만큼 주가가 하락한다. 이 때문에 배당락 변동성이 싫다면 주식을 28일까지 팔아야 한다. 대주주 양도세는 매년 연말이면 반복되는 수급 행사지만 올해는 유난히 매도 폭이 컸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를 위한 개인들의 매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금 회피의 측면에서 주식을 들고 있는 것 보다 차익을 내고 파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배당락 이후 한달 동안 ‘1월 효과(January Effect)’ 덕분에 우상향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으로만 보기엔 개인의 순매도가 역대급 규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학개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 변동성에 적응하며 적극적인 매수, 매도를 통한 차익 실현을 이뤄왔다. 박스권에 갇힌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개미들이 많아진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24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을 약 3조7558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테슬라 주식만 1조4000억 원어치 넘게 순매수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똑똑한 개미들이 민첩하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국내 시장에서 나아가 미국, 중국 등 해외 주식시장과 코인 시장 등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