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랑이를 연상하게 하는 모노그램 로고가 제품과 조화를 이루며 독특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동양물산이 올해 출시한 소형 트랙터 'T25'의 리뷰 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24.7마력의 엔진, 집게·버킷 등 다양한 작업기 교체 기능보다 디자인이 전면에 등장했다. 전체 4분가량의 영상 가운데 디자인 소개에 할애한 분량이 1분을 넘었다.
동양물산은 디자인과 편의성을 앞세워 연말까지 T25를 1500대 판매할 계획이다. 이미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전주문이 1000대를 넘어섰다. 동양물산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처럼 농기계 역시 성능은 기본이고 얼마나 디자인이 세련됐고 편의성을 갖췄는지 경쟁하는 시대"라며 "특히 수출 시장에서 고객 감성이나 취향을 맞출 수 있는 제품이 강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힘과 내구력만 따지던 농기계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농기계 수출이 1년 사이 2배 가까이 성장한 영향이 크다. 소형 농기계 제품은 디자인과 편의 기능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관련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대동공업은 프리미엄 트랙터 'HX시리즈'를 다음달부터 판매한다. 사전에 공개한 HX시리즈 티저 영상은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140마력대 엔진과 직진 자율기능이 탑재된 것만큼이나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인한 외관을 강조하는 한편,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라이트와 주간주행등(DRL) 모두 고급 승용차와 같은 사양을 적용해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다.
대동공업은 올해 제품 디자인 컨셉을 'Ultimate Refined(궁극의 절제미)'로 정하고 첨단, 고급스러움, 세련됨을 추구할 계획이다. HX시리즈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에 디자인 컨셉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고객들이 농기계를 보는 시각도 자동차처럼 고급화되고 있다"며 "심미성뿐만 아니라 인체공학이나 감성까지 고려한 디자인 혁신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동공업과 동양물산 모두 지난해 12월 CI(기업 이미지) 교체에 나섰는데, 디자인에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대동공업은 다소 둥글었던 기존의 철우(鐵牛) CI를 날렵하고 각진 디자인으로 바꿨다. 색상도 오렌지에서 선홍색으로 변경해 가시성을 높였다. 사명도 대동으로 바꾸기로 했다.
동양물산 역시 사명을 'TYM'으로 새로 정하고, 신규 CI를 선보였다. 알파벳 TYM을 조합해 로고는 호랑이의 얼굴처럼 보이게 했다. 동양물산은 CI에 맞춰 신제품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들의 디자인도 차례대로 교체할 계획이다.
편의성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변속레버 등 조작장치를 장시간 다뤄도 손목에 부담이 덜하도록 하거나, 편안한 좌석 설계 등은 필수가 됐다. 무선 휴대전화 충전기능이나 블루투스 기능을 갖추기도 한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농기계 관리도 첨단화되고 있다.
LS(006260)그룹의 자회사 LS엠트론은 원격 진단 서비스 '아이트랙터(iTractor)'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트랙터를 통해 제품에 이상이 생기거나 소모품을 교체할 시기가 오면, 고객과 판매자에게 알려 빠르게 조치할 수 있다. 대동공업의 '대동커넥티드'나 국제종합기계의 'KM CONNECT'도 원격 점검 기능을 갖췄다.
자율주행을 접목한 제품도 시장에 나오고 있다. 대동공업은 직진 자율주행 기능 제품에 이어 회전 기능을 더한 제품을 연말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동양물산도 연말 자율주행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LS엠트론은 2022년에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농기계 업체들이 디자인 등에 주력하는 배경엔 수출의 중요성이 매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농기계 시장의 규모는 2조원대에서 성장세가 꺾였다. 반면 해외 시장 규모는 성장세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농기계 수출은 94만4000대로 2019년 76만7000대보다 23.1% 늘었다. 미국 시장의 수출규모는 같은기간 13.7% 성장한 6억8900만달러(약 7700억원)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농기계 업체들이 디자인과 연구·개발(R&D) 조직을 개편하고 투자를 늘리는 것도 성장성이 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실적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