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은행 1200억원 약속했지만 125억원만 지원
금리 낮은 1년 만기형 상품 취급 확대 등 제도 개선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출시된 '사회적경제기업 협약보증'이 유명무실하게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해 17개 시중은행이 12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실제 지원된 금액은 10% 정도인 125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협약을 체결한 은행 중 절반인 8개 은행은 아예 지원 실적이 제로다.

14일 은행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신용보증기금은 작년 3월 사회적경제기업 은행권 협약보증을 체결했다.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권과 신용보증기금이 손을 잡았다. 당시 협약식에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작년 3월 은행권과 신용보증기금은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을 위한 협약보증을 체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회적금융은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이라 금융위에서도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사회적금융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은행권의 사회적금융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와 신보가 별도의 협약보증을 체결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사회적기업 협약보증은 은행들이 신보에 2년간 납부하는 특별출연금 100억원을 재원으로 삼아 총 1200억원의 보증 지원을 사회적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회적경제기업이 운전자금이 필요해서 빌린 채무에 대해 신보가 100%의 보증비율을 적용하는 협약보증을 제공하는 식이다.

하지만 상품이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지난 4월말 기준으로 16개 시중은행에서 협약보증을 통해 지원된 실적은 125억원에 불과하다. 1200억원의 한도에서 10.4%만이 지원된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39억원을 지원해 전체의 23%를 지원했고, 하나은행 20억원(9.6%), 농협은행 17억원(25.2%), 우리은행 14억원(10.4%), 기업은행 12억원(8.8%), 국민은행 11억원(4.5%)의 순이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과 부산은행도 각각 6억원씩을 지원했다. 한도가 큰 주요 시중은행의 한도 소진율은 10% 언저리에 머무르고 있다.

산업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경남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상품이 출시되고 1년이 지나도록 협약보증을 이용해 사회적경제기업에 지원한 실적이 전무하다.

은행권에서는 협약보증 상품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실적이 저조했다고 설명한다. 사회적경제기업 협약보증은 크게 두 가지 구조로 운영된다. 수출입은행만 취급할 수 있는 ‘1년 만기형’ 상품이 있고, 나머지 16개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3년 만기형’ 상품이 있다. 수은만 1년 만기형 상품을 취급하는 건 수은의 특성상 장기자금 대출이 불가능해서다. 문제는 1년 만기형 상품의 금리가 3년 만기형보다 낮다는 점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야 하는 3년 만기형 상품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지원 대상인 사회적경제기업이 협약보증 상품을 찾지 않게 됐다.

신보 관계자는 "장단기금리 차이 때문에 장기자금금리가 적용되는 3년 만기형 상품의 금리가 1년 만기형보다 높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수은이 1년 만기형 상품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사회적경제기업과의 거래 자체가 적은 특수은행이다보니 큰 의미가 없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소 사회적경제기업을 많이 지원하는 시중은행에서도 1년 만기형 상품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보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달말 협약보증 상품 구조를 개선했다. 수은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도 저리의 1년 만기형 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고, 다른 보증료지원 협약보증과 중복으로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신보 관계자는 "사회적경제기업은 자금조달이 힘들기 때문에 장기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자금조달의 안정성을 높여주려고 만든 좋은 취지의 제도"라며 "금리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 제도를 개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