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밝기 만큼이나 광화문 상권도 환히 웃었다.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고 박근혜 정부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의 도심 주말 집회가 이어지면서 집회 중심이 된 광화문 상권이 주말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과거 일부 폭력이 동반됐던 시위와는 달리 질서정연한 집회가 이어지면서, 집회 군중을 때아닌 주말 손님으로 맞게 된 일대 상인들의 표정에 웃음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화문 일대는 도심 중심업무지구 특성상 주말이면 한가해지는 상권인데, 주말마다 100만 가까운 시민이 몰리면서 인근 편의점과 식당들은 급증한 매출로 답답한 심정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게 됐다.

이달 5일에 이어 12일과 19일 오후 주말 집회가 열린 광화문 일대의 편의점과 식당, 카페 등은 때아닌 ‘촛불 특수’를 누렸다. GS25는 지난 12일 시청과 광화문 인근 20개 점포 매출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3배가량 올랐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측도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17.5% 늘었다고 했다.

12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광화문 인근 거리에서 간식거리를 사고 있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 주변의 한 편의점 사장은 “12일 집회가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이어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평소보다 10배 가까이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몰려 준비해둔 음식이 동이 난 식당도 있었다. 종각역 주변에서 족발과 보쌈을 파는 A식당의 주인은 “예상치도 못하게 사람들이 많이 와서 족발은 오후 10시도 안 돼 동이 났고 음료와 술도 거의 떨어졌다”며 “매출이 평소보다 3배는 더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공식 집회가 끝난 후에도 주변 공터나 공원에 삼삼오오 모여 치킨과 맥주, 분식 등을 먹었다. 19일 세종문화회관 주변의 공원에서 만난 이동희(32)씨는 “집회의 여운이 남아 집에 가기 아쉬워 함께 나온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은 상가 점포들도 많다. 해장국집과 주점은 물론, 분식집들도 연장 영업을 하며 손님을 맞았다.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세종대왕 동상 인근의 24시간 카페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주말 촛불 집회가 열린 12일 광화문 인근 호프집에 손님들이 늦은 시간까지 몰리면서 냉장 보관 중인 음료와 술이 거의 다 떨어졌다.

집회 인파의 행렬은 광화문에서 종로3가, 종로5가까지도 이어졌다. 그 덕분에 광화문 상권뿐 아니라 종로3가, 종로5가를 포함한 ‘범(汎) 집회 상권’의 상인들도 불황에 단비와 같은 주말 매출에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다.

종로3가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하는 송모씨는 “최근 상권이 많이 가라앉았고 주말에는 그냥 문을 닫아 두기가 아까워 열어 놓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주말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오히려 주말 매상이 주중보다 낫다”고 말했다.

최근 광화문 인근 상권은 경기 불황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픔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여파로 매출이 줄면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그나마 11월 한달은 ‘100만명의 시민’ 덕분에 상인들이 웃고 있는 셈이다.

5호선 광화문역 근처에서 호프집을 하는 김정기(44·가명)씨는 “8년 전 (광우병) 집회 때는 일부 폭력적인 시위대가 주변 상인들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했지만, 이번 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돼 가족 단위로 나오는 시민들이 집회 후 외식을 하고 가는 경우도 많아 주변 상권 매출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