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발 물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안을 내놓겠다고 6일 발표한 이후 채권단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채권단은 현재까지 추가 지원 불가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한진해운이 회생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 때문에 공적자금 성격의 채권단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채권단, “추가지원은 없다”…한진해운 ‘밑빠진 독’으로 판단

채권단 관계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한진그룹이 1000억원을 지원해 물류대란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법정관리 직전까지 화물을 선적했던 한진해운의 과실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며 “이 문제와 채권단의 지원은 별개의 문제”라고 6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채권단 내부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을 생각하지 않고 있고 현실적으로 추가 지원이 가능한 상태도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진그룹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 롱비치 터미널 등 해외터미널 지분과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조양호 회장이 사재(私財) 400억원을 출연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이렇게 조달된 1000억원의 자금은 한진해운 컨테이너 하역 정상화를 위해 사용된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법원 관리에 들어갔지만 그룹차원에서 수출입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기준 하역비‧유류비 미지급으로 전세계 항만에서 억류돼 있는 한진해운 선박은 79척(컨테이너선 61척, 벌크선 18척)이다. 해외선주사와 항만하역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대금도 6500억원에 달한다.

채권단이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부담을 꺼리는 이유는 한진해운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까지 갔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진해운은 소속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인 ‘CKYHE’로부터 동맹 중지(Suspension) 통보를 받았다. 같은 얼라이언스 회원사인 중국 코스코와 대만 에버그린이 공동운항을 거부한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얼라이언스에 퇴출되고 회생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태에서 채권단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 왼쪽)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배임 몰릴까 두려운 정부‧국책은행들

한진해운 채권단이 추가지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강조하는 데는 배임에 대한 두려움도 한 몫한다. 법정관리로 들어간 기업에 신규자금을 투입했다 한진해운이 결국 청산될 경우 이 자금 지원을 결정한 관계자들은 배임(背任) 혐의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관계자들은 공적자금의 성격이 짙은 자금을 투입했다 자금 회수를 하지 못하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한항공에서 한진해운에 자금지원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한항공의 주주들이 이런 의사결정 과정을 배임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인데 채권단이나 정부도 똑같은 배임행위에 걸릴 수 있다”며 “법정관리에 간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 경우 그 돈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자금지원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금융위원장이나 금융위원회의 결정, 또는 국책은행 이사회의 결정이 절차상의 문제가 있을 경우 배임으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청산 가능성 염두에 둔 정부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한진해운 채권단과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한진그룹과 그 계열사들이 담보를 잡아 자금을 지원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며 “거의 100% 청산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정부와 채권단이 추가로 지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해운업의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한진해운에 추가 지원해야하는 금액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며 “채권단이 아무런 계획도 없이 자금을 넣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진해운에 추가 자금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것도 비슷한 인식 때문이다. 한진해운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 정부와 채권단에 공감대를 이룬 셈이다.

한편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청산 과정에서 한진해운의 영업력과 자산 중 경쟁력 있는 부분을 산은 자회사로 편입된 현대상선에서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관련기사
정은보 부위원장 "한진 알짜자산 현대상선이 인수…해운·항만업 혼란 최소화"<2016.8.31>
화물 인질극에 휘청…당정·채권단 "그래도 담보 있어야 지원"<201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