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2일 오전에는 핵심 계열사 사무실이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당했고, 오후에는 핵심 계열사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롯데물산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집단 사망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2일 오후 1시30분 검찰에 출두했다.

같은 날 오전 9시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 사무실과 자택 등 6~7곳에 검찰 수사관 100여명이 들어 닥쳐 롯데호텔 회계 장부 등을 몽땅 압수했다.

신 이사장, 노 사장 모두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지난 달 27일 방송 재승인 신청 서류 조작이 드러나 6개월 동안 황금시간대 방송을 금지 당한 ‘롯데홈쇼핑 방송금지 쇼크’가 있은지 1주일도 안돼 터진 초대형 악재다.

올해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이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명경영·사회 책임을 강조하던 신동빈 회장의 이미지도 추락했다. 그룹 전체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 호텔롯데, 신 회장 기업 설명회 참석 이틀 만에 대대적 압수수색 당해…“상장에 불똥 튈라” 조마조마

지난달 30일 신동빈 회장은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호텔롯데 기업 설명회에 직접 참석했다. 국내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 50여명에게 “호텔롯데는 국내 1위 호텔 브랜드이자 면세 사업자로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호텔롯데 주식 공모 참여를 요청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달 30일 국내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을 대상으로 열린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설명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2일 오전 9시, 신동빈 회장이 ‘유망 사업'으로 거론한 롯데호텔 면세점 사업부의 주요 회계 서류를 검찰이 몽땅 압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이날 수사관 100명을 투입,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신영자 이사장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용역 거래 형태로 수십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이날 압수한 회계 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협력사 입점 상황 등을 분석한 뒤 신 이사장을 소환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롯데면세점, 신영자 이사장은 “로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이동렬 3차장은 “(돈을 줬다는) 정씨 등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사법 처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신동빈 회장이 주도하는 호텔롯데 상장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호텔롯데는 오는 15~16일 수요 예측, 21~22일 공모 청약에 나선다. 호텔롯데 증권 신고서에는 그룹 오너 일가 수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노병용 대표, 형사처벌 받을 듯…롯데 월드타워 완공 차질 생길까?

‘롯데그룹의 뿌리’인 유통업 부문도 대형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노병용(65) 롯데물산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30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에 출두했다.

노병용 대표는 “롯데 제품으로 피해를 본 가족 및 유가족 여러분께 어떻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할지,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운데)가 2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노 대표는 2004~2010년까지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무를 총괄했다. 2010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 살균제 제품 판매와 광고 등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였다.

롯데마트는 2006년, 문제가 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를 원료로 한 자체브랜드 상품(PB)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았다. 지금까지 41명(사망 16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노 대표 등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한 롯데마트 관계자들이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했을 경우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연루, 형사 처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롯데그룹의 심장과 같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설도 암초를 만났다.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피의자로 소환되면서 잠실 ‘롯데월드타워(사진)’ 사업은 먹구름 속에 빠졌다.

노병용 대표는 신동빈 회장 뒤에서 롯데월드타워 건설 사업을 일일이 챙겼다. 스스로 “9조원이 들어간 제 2롯데월드몰은 롯데그룹의 사활을 건 사업”이라고 말했다.

2015년 ‘제2롯데월드몰’이 침수와 잇딴 사고로 구설에 올랐을 때, 구원 투수로 자진 등판한 뒤 공사를 잘 마무리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롯데월드타워 완공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노병용 대표는 신동빈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롯데월드타워 관련 일도 도맡아 했다”며 “그를 대신해 롯데월드타워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물을 마땅히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 완공 예정일은 오는 12월 22일이다.

◆ 주력사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징계 날벼락…신용등급 하락 위기

롯데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도 패닉 상태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등 롯데그룹의 종합 유통 사업을 이끄는 지배 회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달 27일 롯데쇼핑의 자회사 롯데홈쇼핑에 6개월간 주요 시간대 판매중지 결정을 내렸다. 롯데홈쇼핑은 재승인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의 범죄 사실을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오는 9월 28일부터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이 발생하는 오전 8~11시, 오후 8~11시에 판매 방송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한 매출 손실은 최소 6000억원에 달한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연속성이 중요한 홈쇼핑 채널 특성상 주요 시간대 방송이 멈추면 이전과 이후 시간대 시청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6개월 동안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6개월 황금시간대 영업정지' 처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협력사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홈쇼핑 본사 대강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

롯데홈쇼핑은 현재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4월말 대기 발령했던 대관(對官) 담당 임원을 지난달 31일 복귀시켰다. 협력업체들과의 비상 간담회를 개최, 공동 행정 소송을 논의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일단 롯데홈쇼핑만의 문제로 선을 긋고 있지만, 핵심 자회사인만큼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홈쇼핑 지분 53%를 보유한 대주주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미 “롯데쇼핑의 홈쇼핑 영업정지가 신용도에 부정적이다. 기업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유완희 무디스 부사장은 “정부가 결정한 대로 영업정지가 이행된다고 가정하면 올해와 내년 롯데쇼핑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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