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첫번째 ‘초대어(超大魚)’ 호텔롯데의 상장 계획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냈다.
호텔롯데는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희망 공모가로 9만7000~12만원을 제시했다. 새로 발행할 주식 3420만주와 일본 주식회사 L 제4투자회사 등이 매출할 구주 1365만5000주를 포함해 총 4785만5000주를 공모한다. 공모가가 얼마로 확정되느냐에 따라 공모 금액은 총 4조6000억~5조7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만약 공모 규모가 5조7000억원이 될 경우, 호텔롯데는 국내 IPO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역대 최대 공모금 기록은 삼성생명(4조8881억원)이 세운 바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호텔롯데의 기관 수요예측 및 공모 청약이 흥행에 성공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공모 규모가 수조원인 초대어의 경우, 청약 경쟁률에 따라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릴 수도 있다.
지난 2014년 말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은 195대1의 공모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30조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은 모은 바 있다.
IPO시장에서 호텔롯데와 같은 대어들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어가 공모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하느냐 여부는 다른 공모주들에 대한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소형주들이 대어 덕에 ‘어부지리’격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호텔롯데의 공모 청약에 참가한 사람들이 이를 위해 마련한 청약 증거금을 갖고있다 다른 중소형 공모주를 살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2014년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상장했을 당시, 공모 청약일이 두 기업 사이에 끼어있던 중소형주들이 최고 600~7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SDS의 공모주 청약에 참가했던 자산가들이 청약 증거금을 돌려받은 뒤 제일모직 공모 청약 전까지 다른 중소형 공모주들을 샀던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호텔롯데가 공모주 청약을 실시하는 시점까지 증시 유동성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흥행 성공’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의 6월 금리 인상설, 중국 A주의 MSCI 편입 등 우리 증시를 둘러싼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공모주 시장의 대내외 여건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