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Li)은 스마트폰과 노트북PC 등 휴대기기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2차 전지(電池)의 핵심 원료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 전략 자원으로 꼽히고 있지만, 남미와 중국 일부 지역 등에 한정적으로 분포해 각국의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2차 전지 생산국이지만 리튬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05년 2300여t이던 국내 탄산리튬 수입량은 지난해 1만5000t에 육박했다. 포스코는 리튬 추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생산 효율을 높인 신기술을 개발해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웅 포스코 리튬추진반장(상무)은 "기존 자연 증발 방식은 최대 18개월이 걸렸지만 우리가 독자 개발한 '직접 추출 방식'은 8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10% 안팎에 그치던 기존 방식의 생산 효율도 90%까지 끌어올렸다고 했다.

칠레 鹽水 리튬 함량은 바닷물 1만배

자연 상태의 리튬은 광석 형태이거나 육상의 염수(鹽水) 호수나 바닷물에 녹아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 광석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방식은 회수율과 순도가 높지만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많이 활용되지 못했다. 바닷물에 함유된 극미량의 리튬을 흡착하는 방식도 상용화 단계까지는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바닷물보다 리튬을 훨씬 많이 함유한 염수 호수를 증발시켜 탄산리튬을 얻어내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칠레 아타카마 염수 호수의 리튬 함량은 1L당 1500~2000㎎ 수준으로 일반 바닷물(0.17㎎)의 8000~1만2000배에 이른다. 세계 최대 염호로 불리는 볼리비아 우유니 염수 호수는 L당 500~800㎎의 리튬을 포함하고 있다.

기존 자연 증발式, 18개월 걸리고 생산 효율도 낮아

기존 자연 증발 방식은 염수를 12~18개월 장기간 농축시키며 불순물을 제거해 리튬 화합물을 얻었다. 암염(巖鹽)층이 발달한 소금 호수 주변에 지하 수십~수백m 깊이로 파이프를 박아 리튬 성분을 다량 함유한 지하수를 퍼올린 뒤 넓은 염전 형태의 연못에서 햇볕에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최대 40배 가까이 높이는 것이다. 초기 0.16% 수준인 염수의 리튬 농도가 6%까지 치솟으면서 염화나트륨·염화칼륨 등을 걸러내고 마지막으로 탄산리튬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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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배 포스코 리튬추진반 박사는 "상당량의 리튬 성분이 불순물에 섞여 사라져 실제 회수량은 전체의 10%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저순도 리튬 화합물을 고순도 제품으로 정제하는 과정이 또 필요하다. 최대 5단계 농축 단계를 진행하기 위해 여의도 면적에 이르는 초대형 증발지(蒸發池)가 필요하고, 다량의 지하 염수를 사용해 환경 파괴 우려도 제기된다.

포스코 新기술, 8시간 공정에 90% 이상 고효율

2010년 리튬 추출 공법 개발에 착수한 포스코는 장기간 농축 과정을 없애는 해법 마련에 집중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인(P) 성분의 특수 화학물질을 염수에 투입해 리튬과 직접 결합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 상무는 "화학반응을 통해 물에 잘 녹지 않는 인산리튬을 생성하는 것이 핵심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얻은 인산리튬을 화학 처리하면 완제품인 초고순도(99.99%) 탄산리튬이 생성된다. 증발 과정이 사라지면서 18개월 걸리던 기존 공정이 단 8시간으로 단축됐다. 박성배 박사는 "염수 사용량이 줄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작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국내 리튬 수요를 전량 소화할 수 있는 1만~2만여t 규모의 양산 공장을 연내 아르헨티나에 건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