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지영(35)씨는 에어컨 등 여름 가전제품을 장만하느라 지난달 신용카드로 400만원을 결제했다. 출혈은 컸지만 카드 포인트를 잔뜩 쌓게 된 점은 좋다고 생각했다. 박씨가 사용하는 카드는 결제액이 150만원을 넘으면, 사용액의 2~5%를 포인트로 쌓아주는 카드였기 때문이다. '400만원을 긁었으니 20만점 정도 쌓였겠지….'
그런데 대금청구서로 확인한 포인트는 5만점에 불과했다. 적립률로 따지면 1%를 갓 넘는 수준. 박씨는 카드사로 항의 전화를 걸었는데 카드사 측 답변 내용이 황당했다. "그 카드는 한 달 적립 제한이 5만점입니다." 박씨는 "포인트 적립 제한이 있는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다른 카드를 썼을 것"이라며 황당해했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신용카드사들이 포인트 카드의 혜택을 축소하면서 이런 내용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예를 들어, KB국민카드는 전월 카드 사용 실적에 상관없이 포인트를 쌓아주다가, 최근 전달에 30만원 이상 사용해야 포인트를 쌓을 수 있도록 서비스 내용을 바꿨다.
카드사들은 또 월 최대 포인트 적립 한도를 설정해 두고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높은 적립률만 강조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꼼수 마케팅, 적립 제한 아니면 사용처 제한
포인트 카드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신한·삼성·현대·KB 등 주요 7개 카드사로부터 가장 혜택이 많은 포인트 카드를 추천받아, 포인트 적립 내용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신한 등 4개사가 월 적립한도를 설정해 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 '하이포인트나노'의 경우 전달 150만원 이상을 사용한 고객은 이번 달 카드 사용액의 2~5%를 포인트로 쌓을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월 포인트 적립 한도가 5만점으로 제한돼 있어 이번 달에 300만원을 사용해도 15만점(최대 적립률 기준)이 아니라 5만점만 쌓을 수 있다. 하나SK·KB·비씨 등도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5만점, 4만5000점, 1만점의 한도를 각각 설정해 놓고 있다.
삼성·현대·롯데 등 3개 카드사의 대표 포인트 카드의 경우 적립 제한은 없지만 적립률이 낮거나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사용처를 대폭 제한함으로써, 카드를 많이 써도 많은 포인트를 쌓기가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삼성 '숫자 3' 카드의 경우 최대 적립률이 1%에 불과하다. 가맹점별로 2~5%씩 쌓을 수 있는 곳이 있지만, 이동통신·면세점 등 적립처가 극히 제한적이다.
또 롯데 '포인트플러스' 카드는 롯데백화점 등 롯데 계열사에서만 0.1~3%의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현대 'M' 카드는 사용액과 사용처별로 0.5~3%를 쌓아줘, 한도가 없으면서 특별 적립처가 많고 적립률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다른 카드사들이 캐시백·상품권 교환 등 형태로 '1원=1점'으로 교환해주는 반면, 현대는 15만점으로 10만원짜리 기프트카드를 교환해주는 식이다.
이 밖에 많은 카드사가 20만~50만원 등의 전월 사용액 문턱을 넘어야 이달에 포인트를 쌓아주는 제한 장치를 두고 있다. 결국 아무 제한 없이 카드 사용액에 비례해 포인트를 쌓아주는 카드는 세상에 없는 셈이다.
◇포인트 적립 제한 등 정확한 내용 알려야
카드사들은 '꼼수 마케팅'이란 지적에 대해 "카드 사용액에 비례해 5만점 이상 포인트를 쌓게 해주면 적자를 보게 된다"면서 "금융 당국이 과도한 혜택을 주는 상품 개발을 일일이 규제하기 때문에 포인트를 무한정 제공하는 카드 상품을 개발할 수도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상품 안내장에 높은 적립률만 강조하면서 적립 제한 사실은 귀퉁이에 매우 작은 글씨로 보일 듯 말 듯 소개하고 있다. 반대로 적립률은 낮지만 적립 한도가 없는 곳은 카드 광고 때 무제한으로 포인트를 쌓아준다는 사실만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