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회사들이 늘어나는 '유령 샐러리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령 샐러리맨이란, 직장인이 아니면서 월급통장에 가입해 혜택만 쏙쏙 뽑아 쓰는 실속파 소비자들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과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고 각종 서비스를 축소하자, 이에 질세라 영리한 소비자들이 고안해낸 생존 필살기 중 하나다.

주부 김모(39)씨는 딱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도 은행과 증권사에 만들어둔 월급통장이 3개나 된다. 김씨는 "매달 한 번씩 '급여'라는 문구를 넣어서 50만원씩 이체해 월급통장을 만들고 있다"며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이렇게 일정 금액을 그냥 이체하기만 하면 월급통장으로 인정받아 수수료가 면제되고 4%대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본인 통장에서 본인 통장으로 돈을 그저 옮겨만 놨을 뿐인데, 마치 그 돈이 노동을 통해 얻은 대가인 것처럼 만드는 일종의 '급여 자작(自作)'인 셈이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데도 이렇게 급여 자작을 하면서까지 월급통장을 만드는 이유는, 월급통장의 혜택이 여타 통장과 비교해 푸짐하기 때문이다. '명함'만 보여주면 일반 수시입출금 통장이 월급통장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인터넷뱅킹과 같이 각종 수수료가 무제한 면제되고 특별 이자까지 챙길 수 있어서다. 일반 수시입출금 통장은 아무리 거액을 맡겨놓아도 이자는 연 0.1~0.2%에 그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급여 자작 비법은 인터넷 재테크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마다 월급통장으로 인정해 주는 기준이나 요건은 제각각이다.

가령 KB국민은행의 '직장인우대종합통장'은 직전 3개월 동안 50만원 이상의 돈이 매달 입금되어야만 월급통장으로 인정받는다. 반면 SC제일은행의 '직장인통장'은 '급여'라는 문구를 써넣어서 매달 70만원 이상의 돈이 이체되어야만 월급통장이 된다. 동양증권에서 이체수수료 면제와 같은 월급통장 혜택을 받으려면 매달 50만원의 돈이 한꺼번에 통장에 들어오기만 하면 된다. 일부 금융회사에선 이체 금액과 상관없이 '급여'라는 문구만 찍혀 있으면 월급통장으로 자동 인식되기도 한다. A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해줄 땐 직장인인지 아닌지 서류를 받아 엄격하게 심사하지만, 월급통장 가입자에게 재직증명서 같은 서류까지 떼오라고 요구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