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뿌리는 자가 세정 코팅제가 개발됐다. 세제 없이 물로 헹구기만 해도 때가 사라져 세탁에 들어가는 물과 에너지가 80% 이상 줄어든다./중국 지린대, 둥난대

흰 셔츠에 간장이나 케첩, 엔진 오일이 묻어도 물로 헹구기만 하면 깨끗해진다. 옷감에 얼룩을 막는 자가 세정 기능 코팅이 있기 때문이다. 세탁 시간이 짧아져서 물과 전기 사용량이 크게 준다. 상용화되면 자원 절약은 물론이고 세탁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왕다양(Dayang Wang) 중국 지린대 화학과 교수 연구진은 "물만으로 옷을 세탁할 수 있는 스프레이형 직물 코팅제를 개발했다"고 209일 네이처 자매지인 '커뮤니케이션 케미스트리"에 발표했다. 얼룩을 막는 코팅제는 천연 섬유와 합성 섬유 모두에 도포할 수 있고, 세탁 과정에서 물과 에너지 소비량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고분자층이 기름때 밀어내

연구진은 두 가지 고분자 물질로 옷감에 일종의 보호막을 만들었다. 양(+)전하를 띠는 폴리다드맥(PDADMAC)과 음(-)전하의 폴리비닐술폰산(PVSA)을 스프레이 형태로 번갈아 뿌리면 서로 끌어당겨 단단한 고분자층이 만들어진다.

옷감에 형성된 고분자층은 수소와 산소 원자 하나로 구성된 수산기(-OH) 밀도가 높아 물과 아주 친하다. 때가 묻은 옷감을 헹구면 바로 고분자층의 수산기가 물과 강력한 수소 결합을 이룬다. 그러면 섬유 표면과 기름때 사이에 얇은 수막이 만들어진다. 기름때가 섬유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물에 떠 있는 상태가 되면 물로 가볍게 헹구기만 해도 옷이 깨끗해진다.

자가 세정 코팅을 한 의류(붉은색)는 소재에 상관없이 물로만 헹궈도 간장과 엔진 오일, 초피유, 케첩, 식초가 묻은 얼룩이 말끔히 사라졌다./Communications Chemistry

연구진은 면과 실크, 폴리에스터 등 세 가지 소재의 의류로 실험했을 때 간장과 엔진 오일, 초피유, 식초, 케첩 등 다양한 얼룩을 제거하는 데 기존 세탁법과 동등하거나 더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일반 면직물은 물로만 헹구면 기름때가 대부분 남지만, 자기 세정 코팅이 되면 90% 이상 세정 효율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일반 세탁기는 물과 세제를 넣고 옷을 비벼 빨래하고 여러 번 물로 헹군 뒤 탈수하는 방식으로 세탁한다. 자가 세정 코팅이 된 옷은 세제 없이 물만으로 간단히 헹구기만 하면 세탁이 끝난다. 그만큼 물과 전기가 덜 들고 세탁 시간도 짧아진다. 연구진은 세탁 1회와 헹굼 4회인 일반 세탁기와 비교했을 때 옷을 한 번 빨 때마다 물과 전기, 시간 소비량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경제성 충분, 환경에도 도움 줄 듯

연구진은 자가 세정 코팅이 인체나 환경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실험도 했다. 덩굴팥을 각각 옷을 헹군 물과 일반 수돗물로 키웠더니 식물 성장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생쥐 피부 세포에 자기 세정 코팅을 시험했을 때도 문제가 없었다. 자가 세정 코팅은 지하수나 샘물처럼 미네랄이 많은 경수에서도 수돗물과 같은 세탁 효과를 보였다. 일반 세제는 경수에서 거품이 잘 나지 않아 세탁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물론 옷감에 오염을 막는 고분자층을 코팅하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세제 종류에 따라 15~50회 세탁하면 초기 코팅 비용이 상쇄된다고 추산했다. 한 사람이 1년에 최소 100회 이상 세탁을 한다는 점에서 자가 세정 코팅의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자가 세정 코팅은 100회 이상 세탁을 해도 손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하수나 샘물처럼 미네랄이 많은 경수는 세제를 써도 거품이 잘 나지 않아 세탁이 어렵다. 하지만 자가 세정 코팅을 한 의류는 경수로만 헹궈도 얼룩이 말끔히 사라졌다./Communications Chemistry

환경 보호 효과까지 생각하면 당장 이득을 볼 수 있다. 세제에서 기름때를 분리하는 성분인 계면활성제는 수질 오염의 주범이다. 계면활성제는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하천에 유입되면 거품 막을 만들어 햇빛과 산소를 차단한다. 세제 없이 물로만 세탁하면 그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생활하수 처리 과정도 간단해진다. 특히 물로 간단히 헹궈 세탁하면 합성 섬유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 양도 크게 줄어든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잎을 모방한 자기 세정 옷감도

자연에도 때가 묻지 않기로 유명한 존재가 있다. 바로 연꽃이다. 더러운 진흙에서 살지만 잎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다. 1997년 독일 본대학의 식물학자인 빌헬름 바르트로(Wilhelm Barthlott) 교수는 연잎에 나 있는 미세한 돌기 때문에 물방울이 스며들지 못하고 그냥 굴러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표면의 먼지까지 말끔하게 씻긴다.

연잎에 있는 미세 돌기 표면에는 물을 밀어내는 왁스층이 있다. 돌기 사이에는 공기층이 있어 다른 물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덕분에 오염 물질이 섞인 물방울은 돌기 사이로 들어가지 못하고 끝에 매달려 있다가 조금만 움직여도 떨어진다. 과학자들은 이를 '연잎 효과(Lotus effect)'라고 부른다.

스위스 섬유 업체인 쉘러 텍스틸(Schoeller Textil)사는 2001년 연잎을 모방해 직물의 표면에 미세한 굴곡 구조를 만든 나노스피아(NanoSpher) 기술을 개발했다. 여러 스포츠 의류 업체가 이 기술로 만든 방수(防水), 방오(防汚)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연잎처럼 옷에 음료수나 케첩이 흘러도 얼룩이 지기 전에 표면을 따라 미끄러진다.

연잎은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고 표면을 따라 굴러떨어진다. 이때 오염물질도 같이 씻겨진다. 표면에 미세 돌기가 있기 때문이다./위키미디어 커먼스

기름은 연잎 효과가 듣지 않는다. 연잎 표면의 돌기 표면이 기름과 친한 왁스층으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가레스 맥킨리(Gareth McKinley) 매사추세츠 공대(MI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기름도 스며들지 못하는 미세 돌기 구조를 2008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세 돌기 사이에 공기층을 유지할 최적의 간격을 계산했다. 연잎보다 돌기 틈이 좁아지자 높은 곳에서 기름을 떨어뜨려도 스며들지 않고 물방울처럼 떨어졌다.

연잎의 미세 돌기 구조는 충격에도 약하다. 폭우가 내리면 자기 세정 기능이 손상된다. 하버드대 비스(Wyss) 생체모방연구소는 끈적끈적한 분비물로 곤충을 안쪽으로 미끄러지게 하는 벌레잡이통풀에서 답을 찾았다.

연구진은 2014년 '나노테크놀로지'에 '미끄러운 액체가 주입된 다공성 표면'이란 뜻의 영문 약자인 SLIPS 코팅 기술이 적용된 직물을 발표했다. 윤활액을 돌기 표면에 발라 오염 물질이 미끄러지게 한 것이다. 당시 비스 연구소에 있던 김필석 박사(현 SK이노베이션 최고기술책임자 겸 환경과학기술원장)도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자가 세정 의류는 비싸다. 직물 표면에 미세 구조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직 고성능 스포츠웨어나 아웃도어 용품 같은 틈새시장에서만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의류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이 심각한 환경 문제로 떠오르면서 자가 세정 기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곧 연잎이나 벌레잡이통풀이 의류 광고에 자주 등장할지 모른다.

참고 자료

Communications Chemistry(2026), DOI: https://doi.org/10.1038/s42004-026-01942-7

Nanotechnology(2014), DOI: https://doi.org/10.1088/0957-4484/25/1/014019

PNAS(2008), DOI: https://doi.org/10.1073/pnas.080487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