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제작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네 번째 진공용기 섹터. 한국이 제작을 맡기로 한 마지막 진공용기 섹터가 최근 조달을 마쳤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이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핵심 부품의 조달을 끝마쳤다. 이번 조달로 한국의 핵융합실증로(DEMO) 건설에 필요한 기술 확보는 물론 글로벌 산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서 한국이 제작을 담당한 ‘진공용기 섹터’ 4개의 조달을 완료했다고 22일 밝혔다.

핵융합은 작은 원자가 합쳐져 큰 원자로 변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나오는 반응으로, 태양에서 에너지가 생기는 반응과 같다. 이 때문에 핵융합발전을 ‘인공태양’으로 부른다. ITER는 전력 생산이 가능한 핵융합 반응을 실증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35개국이 모여 만드는 실험로다. 2010년부터 현재 프랑스 남부의 카다라슈 지역에서 건설하고 있다. ITER프로젝트 참여국은 ITER 건설에 필요한 비용과 부품을 분담하고 있다.

한국이 이번에 조달한 진공용기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고진공 환경을 구현하는 핵융합로의 핵심 부품이다. 플라즈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 노는 상태다. 자연에서 핵융합은 태양처럼 중력이 엄청난 별에서 일어난다. 태양보다 중력이 약한 지구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대신 1억도 이상의 초고온에서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한다. 진공용기 섹터는 9개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이 이 중 4개를 맡았다. 각 섹터는 높이 13.8m, 무게 400t에 달한다.

한국은 당초 진공용기 섹터 2개만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유럽연합(EU)이 맡은 섹터 7개의 제작이 지연되면서 2016년 2개를 추가로 조달하기로 했다. 섹터 제작은 길이 1.6㎞ 용접을 하면서도 오차를 수㎜ 이하로 유지할 정도의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하다. ITER의 구성 부품 중 가장 제작 난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ITER의 진공용기 조립 영상. 초고온의 플라즈마가 만들어지는 진공용기는 총 9개의 섹터를 조립해 만든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은 2020년 첫 진공용기 섹터를 조달한 이후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올해 마지막으로 조달을 끝마쳤다. ITER 국제기구는 마지막 섹터 조달 기념식을 지난 21일(현지 시각)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회원국 7곳에서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은 2030년대 핵융합 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DEMO를 건설하고 2050년대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ITER 사업에 참여하면서 얻은 경험과 기술은 이 프로젝트에 활용된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ITER 사업 참여로 확보한 핵융합로 핵심 기술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핵융합 실증로 건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며 “‘핵융합에너지 실현 가속화 전략’을 차질없이 수행해 기술개발과 산업육성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