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2022년 인천시와 4260억원 규모로 송도 11공구 토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 확보를 목표로 제1 바이오캠퍼스에서 5분 떨어진 거리에 제2 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6배(약 35만7000㎡)에 이르는 규모다. 2032년까지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와 제5 공장부터 제8 공장까지 차례로 들어설 예정이다.

국내 인공위성 서비스기업 나라스페이스는 7일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는 지구관측 위성인 센티널-2 위성과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의 플레이아데스 위성을 활용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제2 캠퍼스 건설 진척 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제2 캠퍼스의 5공장은 2025년 4월 완공될 예정이다. 2022년 말부터 터파기 공사가 진행됐고 지난해 실질적인 공장 건물을 짓는 골조공사가 빠르게 진척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제 2 바이오 캠퍼스 공장 부지 변화. 그래픽=나라스페이스 /ESA

◇터파기 공사, 골조공사 빠르게 진행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전세계 바이오 의약품 CDMO 시장에서 점유율 9.9%를 차지하며 스위스 바이오 기업 론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미국 제약사와 1조 4637억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시설 확대를 통해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는 전략을 밀어 부치고 있다.

현재 제1 캠퍼스의 1~4공장은 총 60만4000L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2 캠퍼스에 들어설 5~8공장은 각각 생산규모가 18만L로, 8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생산능력은 132만4000L가 된다. 노균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건설 현장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제2 캠퍼스가 완공되면 CDMO 시장 점유율 30%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지난 2022년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시와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한 시점부터 올 9월까지 해상도 10m급(가로세로 10m를 한점으로 인식)인 센티널-2 위성으로 찍은 제2캠퍼스의 건설 진척 상황을 분석했다.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한 지 두 달이 지난 2022년 9월부터 12월까지 촬영된 영상을 보면 제2 캠퍼스 부지에서는 건물 건설에 앞서 터파기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5공장이 들어설 부지 곳곳이 땅이 파헤쳐 있고 공사 관계자들이 쓰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건물들이 등장했다가 철거된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해 촬영된 영상을 보면 5공장은 하반기에 접어들며 윤곽을 갖추기 시작했다. 5월에는 토목공사가 마무리되고 기초공사가 진행됐고 9월부터는 건물 형태를 갖추는 본격적인 골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5공장은 건물의 형태를 잡는 골조 공사가 끝나고 외장과 내장 공사가 진행되면서 전년에 비해 극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5공장은 예정대로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제2바이오 캠퍼스 공장 부지 변화. 그래픽=나라스페이스 /ESA

◇삼성바이오 2캠퍼스와 론자 바이오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제2 캠퍼스 건설 현장을 처음 언론에 공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건설에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공법’을 도입했다. 건물을 구성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미리 만들어 건설 현장으로 가져와 크레인으로 레고 조립하듯이 건물을 올리는 방식이다.

6~8공장은 5공장과 동일한 설계로 건설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바이오 업계 최초로 표준화된 공장을 찍어내는 ‘쿠키컷’ 방식을 적용해 6공장은 2027년, 7∼8공장은 2032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노 부사장은 “2캠퍼스는 1캠퍼스 건설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집약해 건설하고 있다”며 “시설이 동일하고 건설 방식도 같아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위성 고해상도 위성 영상을 활용하면 시간에 따른 변화를 지켜보면 건설 진척 상황뿐 아니라 설비 도입이나 시설 확장 여부도 비교적 소상히 알아낼 수 있다. 이번 분석에 사용된 플레이아데스 위성은 센티널-2보다 선명한 해상도 0.7m인 고해상도 위성이다. 2022년 9월 22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8차례에 걸쳐 찍은 위성 영상을 보면 터파기 진척 상황은 물론 공사장에 주차한 차량 숫자, 건물 형태와 구조가 상세하게 보인다.

어스페이퍼팀은 지난 6월 12일 플레이아데스 위성이 동시에 찍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2 캠퍼스와 바이오 위탁생산 세계 1위 회사인 스위스 론자의 미국 캘리포니아 바카빌 생산 시설 규모도 비교했다. 바카빌 생산시설은 생산능력이 33만L로, 단일 규모에서 세계 최대의 바이오 생산시설로 꼽힌다. 론자는 지난 3월 미국 제넨텍으로부터 바카빌 생산시설을 12억 달러에 인수했다.

바이오 의약품 공장 생산 규모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배양기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공장 건물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배양기 시설이 차지하는 공간의 면적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위성 영상을 통해 추산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 캠퍼스의 면적은 36만1381㎡, 제넨텍 바카빌 공장의 면적은 12만6596㎡ 적은 23만4790㎡로 분석됐다. 인공위성의 광학카메라에 검출된 분석 대상의 화소수(픽셀수)를 모두 합하면 해당 지역의 면적을 계산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장한 대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캠퍼스를 짓고 있음을 확인했다.

위성 영상을 통해 추산한 삼성바이오로직스 2캠퍼스의 면적은 36만1381㎡, 제넨텍 바카빌 공장의 면적은 12만6596㎡ 적은 23만4790㎡로 분석됐다. 그래픽=나라스페이스 /에어버스DS

◇공장 건설 현황, 투자, 생산량도 파악

기업이 추구하는 생산 공정과 기술력이 달라 단순한 면적 비교만으로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간에 따른 변화를 살펴보며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위성 영상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특정 지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 위성 영상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건설되는 새로운 시설이나 인프라의 건설 현황과 생산 규모를 분석하는데 자주 활용된다. 미국에선 중국의 동부 해안 지역 조선소의 독과 항만 컨테이너의 위성 사진을 활용해 중국의 해외 수출 규모를 추정하고 있다.

신규 투자 영역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차량 수출과 선박 수주 규모는 물론 선박 종류와 새로운 조선 기술의 적용 여부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어스페이퍼팀은 “론자 그룹은 올해 인수한 제넨텍 공장의 업그레이드를 목표하고 있는 만큼, 위성 분석을 통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수행한다면 두 기업의 점유율을 더욱 입체적으로 예측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로 꼽히는 인천 연구수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저비용 우주발사체와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지켜보는 시대가 왔다. 위성은 이제 국방은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우주경제 시대를 맞아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를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국제 분야 보도에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