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노인의 일상 대화를 분석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노년층 대화의 빅데이터(대용량 정보)를 구축해 현재는 국내 복지관을 대상으로 실증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청각인지 뇌 기능 연구진은 노년층의 대화를 분석해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는 아니지만,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치매 유병률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뒤 계속 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는 계속 늘어나 2030년 136만명, 2050년 302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경도인지장애는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인지기능이 정상인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의 10~15%는 치매 진단을 받아 ‘치매 전 단계’로 불리기도 한다. 6년 장기 추적까지 합하면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 전환율은 80%까지 늘어난다.
연구진은 노년층의 일상 대화를 빅데이터로 구축해 인공지능(AI) 기술로 퇴행성 뇌 기능 저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전기연을 포함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서울대병원, 이화여대가 참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노인 친화형 발화 데이터 수집 기기’를 개발해 발화와 청각인지 뇌파, 청력을 수집해 빅데이터(대용량 정보)를 만들었다. 이후 AI가 경도인지장애 고위험 노인을 선별하는 작업을 한다. 데이터 수집 기기는 목에 걸 수 있는 형태여서 노인이 사용하기 편리하다. 신경인지기능 검사 앱(응용프로그램)은 음성 정보를 분석해 80% 이상의 정확도로 뇌 기능 저하 고위험군을 선별한다.
연구진은 현재 경기 안산시 상록구노인복지관을 포함한 지역사회 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실증 실험을 하고 있다. 이번 실증 실험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6명과 의심 대상자 7명을 선별하는 데 성공했다. 오는 8월에는 복지관 노인 150명을 대상으로 추가 실증에 나선다. 연구진은 실증 대상을 1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박영진 전기연 팀장은 “치매 조기 발견을 통해 치료 시기를 1년만 앞당겨도 1인당 수천만 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천문학적인 국가적·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집에서 편리하게 검사를 해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 선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좋은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