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주입하는 전자현미경 사진./조선DB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만든 유전자 편집 기술이 공개됐다.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술을 AI를 이용해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AI 기반의 단백질 설계 스타트업인 프로플루언트(Profluent)는 지난 22일 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AI챗봇인 챗GPT와 같은 기술을 이용해 만든 AI 생성 유전자 편집 기술을 발표했다.

챗GPT는 수많은 텍스트 자료를 분석하고 학습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AI 기술이다. 프로플루언트는 이 방식을 아미노산과 핵산의 염기서열을 포함한 생물학적 데이터에 똑같이 적용했다. 챗GPT가 텍스트를 분석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듯이 인간의 DNA를 편집하는 데 사용하는 아미노산과 핵산을 분석해 새로운 유전자 편집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프로플루언트는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도 학습해서 더 빠르고 정밀하게 유전자 편집을 가능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알리 마다니 프로플루언트 최고경영자(CEO)는 “전적으로 머신러닝으로 설계한 단백질로 인간의 게놈을 성공적으로 편집했다”며 “머신러닝 모델로 이런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프로플루언트 연구팀은 과거 항균 단백질을 개발하기 위해 ‘프로젠(ProGen)’이라는 단백질 언어 모델을 사용한 적이 있다.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박테리아 등이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데 사용하는 수백만 개의 다양한 크리스퍼 시스템을 프로젠에 학습시켰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크리스퍼가 실제 유전자 편집기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재 실험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에 속하는 200개 이상의 단백질 설계에 DNA 서열을 합성했다. 이렇게 만든 크리스퍼는 기존의 크리스퍼 카스9 효소만큼이나 표적 DNA 서열을 절단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이 기술은 특허로 묶여 있는 일부 유전자 편집 도구와 달리 연구자들이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더욱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분자생물학 연구소의 계산 생물학자인 노엘리아 페루즈 카파페이 박사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특허 제한 없이 크리스퍼 기술을 쓸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 기술을 유전자 편집 기술에 접목하는 시도는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의 브라이언 히(Brian Hie) 교수 연구팀도 지난달 바이오아카이브에 단백질과 RNA 서열을 생성할 수 있는 AI 모델을 발표했다. 이 모델은 아직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지만, 미생물 8만개의 게놈과 3000억개의 DNA를 학습했다.

참고 자료

bioRxiv(2024), DOI: https://doi.org/10.1101/2024.04.22.590591

bioRxiv(2024), DOI: https://doi.org/10.1101/2024.02.27.582234